은행 보험등 금융기관이냐, 아니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제조업체냐.

오는 7일 경쟁입찰에 부쳐지는 부국.한성상호신용금고의 새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민은행이 실시한 두 금고의 입찰설명회에 참석한 업체는
82개업체.

그러나 정작 낙찰가능성에 근접한 업체는 은행 보험사등 금융기관과 신흥
제조업체등 10여개로 압축되고 있다.

비록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업체가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입찰자격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상당수인데다 2천억원을 웃돌것으로
예상되는 낙찰가를 동원할수 있는 업체는 한정된데 따른 것이다.

부국.한성금고의 경영권에 가장 접근해있는 기관은 역시 은행.보험등
금융기관.은행권에서는 장기신용은행과 한미 동화은행등이 유력한
주자로 꼽히고 있다.

오래전부터 두 금고중 하나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던 장기신용은행
이 표면적으론 가장 적극적이다.

종합금융그룹을 지향하는 장기은행은 소매금융을 취급하기 위해선 부국.
한성등 우량 신용금고의 확보가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기은행은 그러나 "부국금고의 경우 낙찰가가 1천5백억원을 웃도는등
터무니없는 가격이면 응찰할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신용금고를 자회사로 갖고 있지 않은 한미 동화 외환은행등은
"두 금고의 인수는 아직까지는 희망사항"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수를 하고 싶지만 "실탄"동원능력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미은행은 그러나 세 은행중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입찰
에는 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전중앙생명보험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조흥은행은 현재
조원상호신용금고를 갖고 있는 만큼 절대 무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종합금융그룹을 표방하고 있는
대한교육보험과 대한생명보험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대한증권(현 교보증권)을 인수한 대한교보는 두 금고중 하나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밖에 한덕생명이 입찰설명회에 모습을 나타냈으나 아직은 "희망사항"인
단계로 해석되고 있다.

제일화재의 경우는 한화그룹의 계열사여서 "30대그룹계열사는 응찰할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응찰자체도 불가능한 상태.

제조업체중에선 거평 나산실업 이랜드등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업체들이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는데다 현금동원능력도 충분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을 응찰가로 제시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백화점 관광유통업등에 적극 손을 뻗치고 있는 나산실업과 최근
대한중석 라이프유통을 잇달아 사들인 거평이 가장 많은 관심을 표명
했다고 국민은행은 밝혔다.

그동안 한가지 업종에만 주력,다소 경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켈 동양에레베이터 삼보컴퓨터등도 장기적 관점에서 금고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외에 의외의 업체가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29일의 입찰설명회에 참석한 미국계 뱅커트러스트(BTC)은행과
한국종합금융등은 기업매수합병(M&A)을 전문으로하는 업체여서 다른
기업의 의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극동투자자문(FEI)과 대신경제연구소 성환컨설팅등도 관련회사를
대리해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금고의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상호신용금고들은
현실적으로 입찰참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종업원수가 50명이 넘지 않는 금고만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할수
있으나 이에 해당하는 금고는 서울의 경우 46개중 23개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 업체는 인수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다.

인수에 적극적인 제일 사조 동부금고등은 종업원이 50명이 넘어
컨소시엄을 구성할수 없는데다 총수익도 1천억원이 안돼 응찰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태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