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탈렌트 김미숙씨(35)는 남편이 바람핀다는
사실을 알았을때도 차분하게 대처한다.

김씨는 11~27일 호암아트홀 무대에 올려지는 "아내란 직업의 여인"
(서머셋몸작 강유정연출)에서 여주인공 콘스탄스역으로 출연, 남편이
바람필때 아내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본때를 보여줄 예정이다.

"콘스탄스는 결혼생활 15년이 지난후 남편의 부정을 알았지만 가정에
대한 책임과 지금까지 자신을 보호해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은 간직하는
여자입니다. 결혼이 사랑만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여자죠"

이 작품은 바람난 남편을 참고 기다리다가 자신의 일을 찾아 경제적인
독립을 차근차근 확립해가는 아내를 통해 가정과 결혼,부부의 의미에
대해 묻고있다.

"서머셋 모옴은 결혼생활에서 누가 잘하고 잘못했다는 판단은 내릴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같아요.

정답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살아야
후회없이 사는 것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중년남편의 아내역을 맡은 김씨는 정작 아직 미혼이다.

그러나 결혼은 안 했지만 인생을 살아본 여자라면 "아내라는 직업의
여인"을 충분히 소화해 낼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88년 "가을소나타"란 연극으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한 김씨는
"연극무대는 연기자로서 거쳐야하고 이행해야만할 숙제같은 것"이라며
"연극하는 시기는 연기를 정화하고 정리하는 성찰의 기간"이라고 밝힌다.

2시간동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전신으로
연기하는 연극의 맛 또한 브라운관에서는 느낄수 없는 매력이라고.

김씨는 현재 KBS1FM에서 오전9~11시 "FM가정음악실"을 진행하고있다.

"연기자는 보는 사람에게 희망을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배우를 통해
관객이나 시청자가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며 대리만족을 얻을수 있어야
하죠"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