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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주평] '장미빛 인생'..시대의 아픔 '감싸안기'

80년대를 고뇌의 시대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젊은감독들의 "80년대
다루기" 작업의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철학과 출신의 유학파 김진해감독의 "49일의 남자"에 이어 이번에는
인류학과를 졸업한 신예 김홍준감독이 "장미빛 인생"으로 다시한번 "시대의
아픔"을 건드리고 나섰다.

두 영화 모두 80년대를 되돌아보고 있지만 몇가지 면에서 대조적인 양상을
보인다.

"49일의 남자"가 80년대 운동권 중심에 있던 인텔리가 90년대에 겪는
휴유증을 그렸다면 "장미빛 인생"은 우리사회의 변두리공간인 만화방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뚜렷하게 두 영화를 구분하는 것은 관객에게 다가서는
방법이다.

"49일의 남자"가 관객에게 무언가를 느끼라고 암암리에 강요했다면
"장미빛 인생"은 그저 우리사회에 흔히 있을만한 사실을 열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점이 보는이에게 더 밀접하게 다가서는 것은 왜일까.

"여러분의 몫"을 빼앗지 않겠다는 감독의 배려가 충분히 전달된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장미빛 인생"은 까딱하면 무거워지기 쉬운 주제인 "권력과 인간"의
문제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세상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는 미모의 "마담"(최명길)이
꾸려나가는 서울가리봉동의 만화가게.

이곳에 사정은 다르지만 한결같이 도망다니는 신세인 세 사람이 모여든다.

사고를 친 깡패 동팔(최재성), 수배중인 노동운동가 기영(차광수), 용돈을
벌기 위해 쓴 무협지가 문제가 돼 도피중인 유진(이지형)이 그들이다.

영화는 공권력을 피해 음지로 스며든 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언젠가 좋은 세상에 살겠지"하며 팔에 장미문신을 새기고 다니는 동팔은
마담으로 인해 참사랑에 눈뜨고, 순정파 유진은 다방 여종업원 미스오와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흑백논리에 젖은 기영은 "4.13호헌조치"를 전하는 TV뉴스를 보며 인상을
쓸 뿐이다.

여기에 폭력배들에 의해 무참히 부서진 만화방을 재건하는 네 사람의
"꿈과 좌절"이 덧붙여진다.

기영을 체포하러 들이닥친 경찰과의 대치상황속에서 동팔은 목숨을 잃지만
마담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유복자는 푸른 창공을 가르는 비행기를 보며
힘껏 뛰어나간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않으면서 신속하게 전개되는 화면구성이
인상적이다.

이렇다 할 극적요소가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6일 단성사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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