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주식매각입찰 금액기준 6.4대1, 태영전환사채(CB) 8대1.

사놓으면 이익이 보장된다는 이들 "고수익상품"에 쏠린 뜨거운 열기는
그만큼 "시중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풍부한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보다는 고수익만을 겨냥하는
"재테크성"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이번 한국통신입찰에서 그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입찰에 참여한 자금은 응찰가액기준 (입찰보증금의 10배)으로
3조2천2백20억원이었다. 개인이 80%, 기관이 20% 였다.

상장이 1년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낙찰된 자금은 1년가량 묶이는데도
이처럼 열기가 고조됐던 것은 동원할수 있는 자금이 풍부한 경제주체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현재 총통화증가율은 15%대로 한은이 목표로 잡고있는 16%대(4월기준)보다
낮아져 있어 외견상 통화의 과잉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을 판단하는데는 통화증가율이 의미하는 것처럼 돈이 한달에
얼마만큼 늘어났느냐 보다는 잔액으로 얼마나 많은 돈이 풀려 있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풀려있는 돈은 3월말기준으로 1백12조원정도(총통화기준).
1년전에 비해 14조7천억원정도 늘어나 있다. 실명제때 2조원정도가 추가로
공급됨으로써 그후 새로 풀어야 할 돈이 상대적으로 줄었으나 어떻든
유동성은 좋은 편이다.

자금성수기인 4월중순을 넘어가는데도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연12.45%,
콜금리가 연11.2% 수준에 안정되어 있는게 이를 반영한다. 입찰대행을
맡았던 외환은행의 한관계자는 "개인이나 기관들의 자금동원능력이 그렇게
대단한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예전같으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 모두 돈이 모자라 쩔쩔
매던 때인데 지금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은이 최근 발표했던 "93년자금순환동향"에는 개인은 물론 기업
이나 금융기관들의 금융자산운용규모가 크게 는 것으로 나와 있다.

개인의 금융자산운용규모는 92년 44조3천억원에서 93년에 47조9천억원으로
늘었고 기업 역시 같은기간 금융자산운용규모가 23조9천억원에서 27조
2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돈을 한국통신주식처럼 고수익상품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쓸 자금을 잠시 금융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다가 고수익상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일수 있다.

한은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자산으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가 필요
하다면 그 자산의 형태를 달리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주식시장(유통시장)이 힘을 잃어 투자자들이 한국통신같은 상품에
관심을 기울일수 밖에 없었던 일면도 있다.

다만 적지 않은 자금이 고수익만을 겨냥, 부동화함으로써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물가불안을 야기하거나 더 나아가 부동산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은관계자는 "투기자금은 고수익을 남겨 소비로 이어지면서 물가를
자극하거나 오랫동안 숨을 죽이고 있는 부동산을 넘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부동산이 시장이 조용한 편이지만 최근 평촌신도시의 상가아파트
분양에서 평균 91대1의 경쟁률을 보여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현상을 실명제이후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못한 자금이
고수익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단편의 하나라고 보고있다.

기업들도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여유자금을
금을 투자보다는 금융자산으로 운용하느데 더 열중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은 한계기업위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빈익빈 부익부"의 이중구조를 실감해야만 했다.

이번 한국통신입찰에서 은행들은 신탁계정까지 합해 모두 2천80억원을
응찰, 기업대출보다는 "투자"에 열을 올렸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절반정도는 낙찰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낙찰된 은행들은 그자금을
1년여 가량 쓰지 못하게 된다. 앞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어날때 자금
핍박을 초래하는 꼴이 될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통신주식이나 태영전환사채에 대한 투자는 비생산적이라고 볼수는
없으나 그과정에서 드러난 풍부한 규모의 유동성이 투기자금이 소비자금화
하지 않도록 자금흐름을 유도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