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강소씨(50)는 지난 1학기를 끝으로 대학교수직을 그만뒀다.
2학기 개강전 82년부터 10년 넘게 재직해온 경상대에 사표를 낸 뒤
서울신사동 작업실에 틀어박혔다.

작업실에서 아예 살다시피하면서 만든 작품들을 들고 이씨는 12월1일
에서 6일 미국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타에서 열리는 93LA아트페어에 참가
한다(박여숙화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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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은 ''무제''연작 20여점. 억지로 무엇인가를 그린것 같지도,
억지로 무엇인가를 그리지 않으려 애쓴것 같지도 않은 자연스런 화면의
작품들이다.

"전통적 의미의 회화를 피하거나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와 화면구조와의 조화라고 믿습니다. 구상과 추상의
구분은 위미가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구상과 추상의 어느 범주에도 넣기 어렵다.
화면속에 간혹 오리나 배 사슴의 형상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구체적인 어떤 것도 나타나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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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읽게 만든다.
흰화면에 회색과 청색의 수직 또는 수평의 선 만이 얼룩져 있는 작품은
찬 비 흩뿌리는 빈 연못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눈내리는 겨울바다를
떠올리게도 한다.

"전통한국화 특히 문인화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색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회화적인 모든 표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붓질로 보는
사람에게 여백의 공간에 대한 상상까지를 하게 만드는 문인화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흰색과 회색 청색외에 다른 색깔을 거의 쓰지 않고 되도록 화면을
비워두는데 대한 변이다. 오리나 사슴의 형상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은
언젠가 한겨울 연못에 오리가 한가로이 떠있는 것을 본 뒤 살아있는 것의
생동하는 기운을 화면에 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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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오리와 사슴 배 등이 전통한국화의 요소라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인다.
"보는 사람들이 완성해서 볼 수 있는 그림, 미완성인 때문으로 해서
편안하고 부담없는 그림을 그리고자 합니다"

이씨는 대구 태생으로 서울대회화과를 졸업했으며 경상대교수로 재직
중이던 85년~87년 미국 뉴욕주립대 객원교수를 지냈다.
국내외에서 20회가 넘는 개인전을 가졌고 LA아트페어에 이어 곧바로
12월8일부터 부산 갤러리월드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글 박성희기자. 사진 강은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