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로 몰리던 김윤식이 죽었을 때 박영효등 그의 동지들이 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르려고 했다. 그러자 나라를 망하게 한 사람을 어떻게 사회장을
하느냐는 반대여론이 비등해졌다. 그가운데 김윤식을 가리켜 "개같은
놈"이라고 극언을 하여 장의위원들을 놀라게 한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갑론을박을 듣고 있던 월남 이상재가 태연히 "그래도 대접을
한셈이지"라고 한마디 했다. 그러자 다른 장의위원들이 "아니,개라고 한
것이 대접해서 한 말이요?"라고 힐문했다. 이에 월남은 침착하게 "그래도
개는 주인을 알아 보거든!"이라고 응수했다.

개가 인간과 관계를 맺을 때는 충직하고 의리를 지키며 희생적이 된다.
"개는 사흘을 기르면 주인을 알아 본다"거나 "은혜를 모르는 사람보다
은혜를 아는 개가 더 낫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동서양인 모두가 개를
영물로 생각해 왔다.

한국에도 개의 이러한 속성을 소재로 한 설화들이 많다. 맹수를 물리쳐
주인을 구하고 주인이 억울하게 죽자 그 죽음을 관청에 짖어서 알려 원수를
갚아 주는가하면 위험에 빠진 주인을 지켜주는등 갖가지 얘기들이 있다.

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종류의 개들이 있으나 명견은 따로 있다. 불도그
복서 불테리어 불러드하운드 그레이하운드 셰퍼드등 서양의 대표적인
것들이 있고 한국에도 진도개와 풍산개등 재래 특산의 품종이 있다.

풍산개라면 요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의 개다. 함경남도 풍산에서
길러지는 개이다 보니 남북이 분단된 뒤에는 들어볼수 없는 개품종일수밖에
없다. 생후 2~3개월짜리 풍산개 27마리가 중국을 거쳐 인천항에 곧
도착하게 된다고 한다.

일제가 1938년 풍산개를 진도개와 더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전만하더라도 풍산지방의 사냥꾼 이외에는 명견임을 몰랐었다. 몸집이
진도개와 셰퍼드의 중간크기인 중대형으로 엄동설한에도 추위를 타지않고
눈 코 발톱이 검다. 뛰어난 청력과 영리함,강한 인내력과 일격에 사냥감을
거꾸러 뜨리는 용맹성이 있다. 러시아의 사냥꾼들에게는 성가가 이미
알려져 있었고 근년에는 중국 독일 동구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니
세계적 명견임에 틀림없다.

50여년만에 들어보는 풍산개의 소식이 그저 반가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