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보는 시간을 벌기 위하여 그런 식으로 또 기만술책을 썼다. 그리고
인질작전도,기습작전도 실패로 돌아간 터이라,이제는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길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기네도 세 척의 군함을 가지고 있었다. 군함이래야 서양인으로부터
사들인 중고품 상선(상선)에다가 대포를 설치한것이 두 척이었고,자기네
손으로 만든것은 한 척뿐이었다. 그 한척도 증기선에다가 대포를 갖다붙인
정도의 것으로 영국 함대의 정식 군함에 비하면 형편없는 그런 것이었다.

어쨌든 그 세 척의 군함에 출동 준비를 명령했고,육지의 포대(포대)에도
포격 준비령을 하달했다. 포대는 전부 열군데였고,팔십삼문의 대포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마무기 사건을 일으키고 귀환한 히사미쓰는 혹시 영국 함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해안에 포대를 여러 개 더 축조했고,대포도 새로
더 만들어서 대비를 했던 것이다.

사쓰마번은 전 번주인 시마즈나리아키라가 진작부터 서양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집성관(집성관)이라는 신식 공장을 세워서 운영해 왔기 때문에
제법 성능이 괜찮은 대포를 만들 수가 있었다. 당시의 일본에서는
사쓰마번이 무기제조술에 있어서나,다른 문명의 이기를 만드는 기술에
있어서 단연 으뜸이었다.

일반 군사 전원에게도 전투 태세 돌입의 명령을 내렸다. 혹시 영국
수병들이 상륙해 올지도 모르니, 방어에 만전을 기하라는 것이었다.

뭍에서는 그렇게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으나, 바다 위의
흑선에서는 닐 공사가 세 번째 회답서를 받고서, "그러면 그렇지. 일이
잘못되었던 거야" 하고 기습에 대한 사쓰마측의 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배상금 지불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모호해서 약간 고개를 기울이기는 했으나, "이만오천
파운드도 적은 돈이 아니니 마련하느라고 쩔쩔매는 모양이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역시 이렇게 느긋하게 혼자 중얼거렸다.

닐 공사의 그런 태도가 쿠바 제독은 못마땅했다. 도대체 외교관이란
저렇게 우유부단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러나 도리가 없었다.

그대신 그는 황혼 무렵이 되자,일곱척의 군함 전부를 뭍에서 훨씬 먼
거리까지 이동시키고,밤중 내내 경계를 한층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