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정규재특파원]러시아에 위조화폐가 넘쳐나 통화당국을 괴롭히고
있다. 위조는 달러뿐만 아니라 루블에 까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어
백화점 금융기관 식당등에 이르기까지 위조감식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경제범죄에 대한 러시아 내무부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올들어 당국에 의해
적발된 위조화폐는 달러가 50만달러에 이른 외에도 급격한 인플레와 더불어
가치가 폭락한 루블화도 2천5백50만루블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사유화주식 매입증서인 바우치처 위조도 급증해 약1천9백만 루블어치의
위조바우처가 유통중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실제 위조화폐의 유통은 당국에 적발된 것의 적어도 5배에서
10배는 많을 것으로 보고 가뜩이나 혼란한 러시아 화폐시장을 더욱
교란시킬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별 뾰족한 통제수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6일 기자회견을 가진 세르지욱 내무차관은 러시아 루블의 경우
고성능 복사기를 이용해 위폐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합법적으로
수입되는 복사기를 일일이 등록시킬수도 없어 앞으로 불법 복제 화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에 이처럼 위조화폐가 넘쳐나고있는 데는 국경관리가 허술하고
화폐권종이 지나치게 많은 점도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와
CIS에서 유통되는 루블화는 모두 13종에 29가지 액면으로 종류도 많은데다
나날이 새로운 고액권이 쏟아지고 있어 일반 시민들은 진위를 확인하기조차
힘든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치솟는 인플레가 시민들의 달러선호를 자극하면서 위조범들에게
가장좋은 시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내 위조달러의 약90%는 조잡한 국내판이 아니라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수준의 수입품이라고 지적하고 통제의
어려움을 실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달러외에
독일 마르크와 스웨덴 크로네위조도 발견되고있어 당국을 괴롭히고있을
정도다.

한편 위조화폐가 넘치면서 현금유통이 많은 대도시의 유통업자들은 외제
감식기를 설치해 일일이 위조여부를 확인하는 통에 외화상점들엔 때아닌
긴줄이 늘어서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세관 검색을 강화하고 화폐권종을 단순화시키는등 대책을
모색중이지만 여전히 국내선이나 다름없는 CIS교통망까지 통제하기는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어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