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취임100일을 맞은 김영삼대통령은 어제오전 청와대에서 이에
즈음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의 국정운영성과를 자평하는 동시에
금후의 국정운영방향을 밝혔다.

지금 순간 돌이켜보면 지나간 석달열흘은 일찍이 보기 드물게 긴
기간이었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워서가 아니었다. 워낙 많은 변화,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그것이 절대다수 국민의 지지와 기대속에 진행된 긍정적인
변화,32년간의 군사정권통치에서 빚어진 정치 경제 사회 교육분야의 적폐가
문민정부에 의해 노출되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변화탓이었다.

이같은 변화를 김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에 찬 개혁의지의 실천결과로
설명했으며 개혁을 통한 신한국건설 한국병 치유를 위한 부정부패척결과
국가기강확립의 필요성을 거듭확인했다. 동시에 부정부패추방과 개혁을
모든 국민의 생활과 의식속에 뿌리내릴때 까지 중단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제회생문제와 관련해서는 규제와 보호의 경제에서 참여와 창의의
경제로의 변화와 개혁,즉 신경제건설이라는 장기적 본질적 과제의
추진필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당면한 경기활성화시책이 차츰 성과를
나타내어 경제가 "미동"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밖에도 교육 외교 통일등 광범위한 분야에 관해 언급이 있었으나
김대통령의 이날 회견내용은 간략하게 말해서 개혁,특히 그간의 사정성과에
대한 중간평가와 공직자를 포함한 온 국민의 지속적인 부정부패추방노력에
초점을 집중했다. 당면한 경제활성화와 신경제건설도 결국 그와 같은
개혁과 부정부패척결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취임 100일만의 첫 공식회견에서 주로 개혁에 관해 언명한 배경과 깊은
뜻을 우리는 이해한다. 김대통령은 무엇보다도 그의 개혁 약속에 공감한
국민 42%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으며 취임후 첫 100일간의 개혁기간중에는
지지율이 시종 80~90%를 상회해왔다. 이것은 전례가 없는 기록이다.

그가 말했듯이 지금이야 말로 개혁의 호기다.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못하거나 해도 더 많은 고통과 비용,훨씬 더 긴 시간을 요할 것이다. 또
개혁과 경제가 결코 대립적이 아니고 동전의 앞뒤 처럼 서로 보완적이며
함께 이루어져야할 과제라는 점에도 본란은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한편
개혁과 경제간의 조화,부정부패척결을 포함한 제도와 의식의 지속적인
걔혁노력과 병행해서 경제를 되살리고 기업의욕 투자의욕 근로의욕 회생을
가져올 보다 확실한 대책 제시가 없었던 점을 아쉬워 한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가 함께 가야한다는 인식이 확고해야
한다.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아무리 높아도 경제가 어려우면 개혁은
순조로울수가 없고 지지는 오래가기 힘들다. 따라서 개혁에 부담이 되거나
걸림돌이 되지않게할 최소한의 경제성장과 물가안정,그리고 국제수지균형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혁의 결과로 경제가 잘되기를 기대하기는 이르다. 피차에 장애가
안되고 두가지 다 조화있게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 그러자면 사정을
포함해서 사회개혁과 의식개혁의 향후 방향,그리고 경제관련 제도개혁과
정책내용이 좀더 분명해져 예측할수 있어야 한다. 바꿔말하면 불투명성
불확실성이 최대한 걷혀야 한다.

이날 회견을 통해 정치적 예측가능성에는 얼마간의 진전이 있었다.
개각이나 정계개편설은 필요도 없고 시기가 아니라고 일축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내용은 자신의 임기중에는 "결코 어떠한 이유로도 개헌은
하지않을것"이라고 말한 대목이었다.

새정권출범 100일이 않돼 개헌논의와 심지어 후계논의까지도 돌출하는게
부끄러운 우리의 정치현실이다. 그런데 하물며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어떻게 기업인들이 투자를 하고 기술개발에 열을 낼수
있겠는가.

개혁과 경제회생은 또 정부의지와 정책에 대한 온국민 그리고 기업인
근로자 공무원등 사회 각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만 성공할수 있다.
그와 같은 신뢰는 정부의 확고하고 일관된 의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노력외에 제도와 법률로서 뒷받침할때 생긴다. 국정최고책임자의
말한마디나 지시와 약속에 의해서가 아니라 분명한 틀을 갖춰야한다.
그럴때는 예측가능성도 높아진다. 한편 모든 개혁이나 시책이 단지 제도와
틀만으로 완성되는게 아니고 실행여부에대한 부단한 현장확인과 성과의
분석평가 그리고 부작용과 문제점에대한 신속한 보완등이 앞으로
유의해야할 과제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처음 100일을 한마디로 평가하라면 일단 성공적인
출발이었다고 말하고싶다.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김대통령은 국민에게 자신과 희망을
갖자고 호소했다. 그러자면 "인치"라든가 "신권위주의"혹은 "문민독재"와
같은 새낱말이 더는 나돌지 않게 돼야한다. 또 어제와같은 기자회견은
좀더 자주 하는게 좋다. 진정한 문민정부는 모양과 내용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기자회견은 국민과의 간격을 좁힐수있는 한가지 훌륭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