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조순총재부임이후 목소리를 높여온 경제안정기조정착의 필요성에
대해 여론의 공감을 얻는 듯하자 꽤 고무되어있는 분위기다. 게다가
조총재가 한은조직의 두기둥인 조사와 자금담당임원및 부장을 교체,조직에
새바람이 일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있다.

한은은 6%로 뚝 떨어진 2.4분기경제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안정과
구조조정을 외치다가 경제를 망가뜨릴것"이라는 역공을 당할까봐
노심초사했었다. 역공이 거셀 경우 조총재가 지난 3월취임한후 통화정책의
타깃으로정한 물가안정을 통한 경제의 체질개선이 뿌리를 내리지
못할것으로 우려했었다. 그러나 한은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성장률은
떨어졌으나 내용은 개선되고있다는 평가를 받게되자 앞으로의 통화정책도
일관되게 끌고갈수있다는 우군을 얻게됐다며 자신감을 갖게됐다.

이러한 분위기속에 조총재는 취임후 6개월만에 자신의 체질과 색깔을
제대로 뒷받침할수 있도록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앞으로의 정책운용에도
관심을 끌고있다. 임원의 보직교체와 부서장급의 이동을 가져온 이번
인사는 정례적이긴하나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 최연종이사가 맡던
조사업무를 김시담이사에게 넘기고 허한도이사가 관장하던 자금부를
유시열이사에게 이관한것,또 박재준부장과 김영대부장을 각각 조사1부장과
자금부장에 앉힌게 이번 인사의 백미로 꼽힌다.

전조사1부장과 자금부장이 해당 업무를 맡은지 6개월밖에 안됐고 임원들은
보직이 2년이상 바뀌지않았다고는 하나 일처리에 별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조총재가 한은조직을 꿰차고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이다. 그늘진곳에 대한 배려가 부족,일부에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나 조직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서는 불가피했으리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한은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련기로 들어섰다는게 주변의
시각이다. 안정기조정착을 위한 통화정책이 대선을 앞두고 위협받을공산이
크다는점에서 이같은 우려가 나오고있다. 대사를 앞두고 민자당과
재계에서 안정정책을 감내하지못할경우 통화정책의 줄기가 흔들릴 여지가
크다. 벌써부터 추경예산편성이 거론돼 "경제안정을위해 추경예산을
삼가야한다"는 조총재의 지론이 귀퉁이로 밀리는 분위기이고 보면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험하다는것은 쉽게 알수있는 일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