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안정화대책"이 발표된지 오늘로 만 2년째가 된다.
증시가 안정될때까지 시중은행이 투신사에 주식매입자금을 무제한
지원하며 필요하면 한국은행도 개입시키겠다는 것이 12.12조치의 주요
골자였다.
돈을 찍어내서라도 주가하락을 저지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표명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뜻과는 달리 증시는 일시 반등세를 보이다가 도리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뿐만아니라 이같은 무리한 정책으로 경제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후유증을 야기하기도했다.
12.12조치가 나오기 전인 89년12월11일 800선에 있었던 종합주가지수는
2년이 지난 지금 600선으로 2백포인트가량 주저앉았다.
증시가 당시 상황보다 더 악화돼 12.12조치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고있다.
그것도 증시안정기금조성 금융실명제유보등 굵직한 증시 부양책이
뒤따른데다 투자자들의 살을 베어내는 듯한 깡통계좌 정리라는 뼈아픈
병고를 치러냈음에도 나타난 결과이다.
12.12조치로인해 주가가 그나마 현수준을 유지할수 있다고 강변할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 개방과 더불어 외국자금과 맞서 싸워야하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투신사를 자기자본이 완전 잠식당한 부실기관으로 전락시킨
사실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정책의 실패였다.
정부의 지시에따라 시중은행이 89년말까지 한국투신 대한투신등
3대투신사에 꿔준 돈은 무려 2조7천6백92억원에 달했다.
총통화의 5%나되는 엄청난 규모였다. 불과 10여일 사이에 이같은 막대한
자금이 투신사에 공급됐다.
결과는 투신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최대부실금융기관으로
바뀌었으며 통화증발로 인한 물가압박요인으로 작용하는등 부작용도
남겼다.
투신사의 부실은 증시안정판 역할을 해야하는 기관투자가로서의
기능약화를 초래했다.
이들 3대투신사의 11월말 현재 차입금은 5조6천9백36억원으로 12.12조치
이전 결산일이었던 3월말의 1천억원과는 비교조차 하기힘들 정도로
부풀었다.
보유주식규모는 장부가 기준으로 4조3천억원에 이르고있으며 주가하락으로
인한 평가손만도 1조1천억원에 이르고있다.
89년3월말 고유재산인 주식은 2천5백억원에 불과했다.
12.12조치로 지원된 자금에 비해 차입금과 보유주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증시침체에 따른 수익증권의 환매가 지속된데다 이자를 갚기위한 빚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잠식된지는 이미 오래이고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손실액은
늘어만 가고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2일 은행차입금을 저리인 국고자금으로 대체해주었음에도
월5백억원씩 지불되고 있는 이자는 경영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있다.
한마디로 증시개방 임박과 더불어 제기능 발휘가 시급한 투신사를
하룻만에 거덜낸 셈이다.
또 12.12조치는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인위적이며 무리한
증시부양책은 일시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나 나중에는 깡통계좌정리라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기기도 했다.
더욱이 투신사가 보유하고있는 주식은 주가 상승시 매물화될 것이
확실시되고있어 일반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주고있다.
투신사들은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대폭적인 증자허용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보유주식처분 보유주식담보부 특별대출등의 방안을
제시하고있다.
이밖에 일본의 경우처럼 증시안정기금외에 주식보유조합의 설립도
주장하고있다.
증시가 개방과 함께 외압에 견뎌내기위해서는 이들 투신사의 멍에를 하루
빨리 벗겨주어야한다.
결과론이기는 하나 12.12조치때 지원한 자금을 경쟁력제고를 위해
제조업체에 공급했으면 증시는 말할것도 없고 경제도 지금보다는 훨씬
호전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