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5일 11:11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상 최대금액이 몰린 LG화학의 회사채에 연기금과 보험사 자금이 1조2000억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투자가 주춤할 수 있는 금리 상승기임에도 우량기업이 발행하는 중장기물은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년 포트폴리오상 일정 부문은 중장기 투자자산을 담아야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최대한 우량한 자산을 담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LG화학의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들어온 청약금 1조7700억원 중 연기금과 보험사 자금이 약 7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약금 대부분이 5년물과 7년물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문제로 회사채 시장에서 잠시 이탈했던 연기금이 전체 매수주문의 약 40%(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넣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큰 손’ 국민연금이 2000억원의 청약을 넣었다. 이밖에 우정사업본부(1100억원) 사학연금(500억원) 공무원연금(300억원) 등이 줄줄이 매수주문을 냈다. 이들과 함께 대표적인 중장기 투자자로 꼽히는 보험사들의 자금도 전체 청약금의 30%(5300억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 가능성이 우량등급 중장기 회사채 투자심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통상 채권 금리가 오르면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떨어져 이를 매도가능자산으로 담은 기관들은 일정 부문 손실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근 우량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기관들의 경우 만기 보유 목적으로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자산 듀레이션(가중평균 잔존만기)을 늘리는 것이 중점과제다 보니 국고채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신용도가 우량한 장기 회사채를 담으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지난달 SK텔레콤(신용등급 AAA)의 5년·10년·15년물, LG전자(AA)의 5년·7년·10년물 등에도 적극적인 매수의지를 보였다. 보험사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없고 금리도 국고채나 공사채, 여전채보다 높기 때문에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에 투자해 만기까지 보유하고자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LG화학의 경우 이같은 정황에 신용등급 ‘AA+’ 기업들 중 가장 재무구조가 우량하면서도 금리는 높다는 매력까지 더해져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지난 12일 기준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시가평가한 LG화학의 5년·7년물 금리는 각각 연 2.344%, 2.595%다. 이 회사보다 앞서 올해 회사채를 발행했던 신용등급 ‘AA+’ 기업 9개사 중 이보다 발행금리가 높았던 곳은 롯데쇼핑(5년물 연 2.356%)과 롯데칠성(5년물 연2.364%, 7년물 연 2.603%)뿐이다.

회사채 시장은 지금의 우량등급 중장기 회사채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요 경제지표 개선 및 6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한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기부양 수단으로 통화정책보다는 추가경정 편성 등 재정정책을 우선순위에 두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재정정책만으로 경기부양이 가능하다면 시장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선 상대적인 금리 매력과 안정성을 갖춘 우량등급 중장기 회사채를 담는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