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8일 11:2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젬백스테크놀러지(이하 젬벡스)가 무선인터넷서비스업체인 필링크를 인수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핑(PING) 파리게이츠(PEARLY GATES) 등의 골프웨어를 판매하는 크리스에프앤씨를 사들이기로 했다. 크리스에프앤씨의 인수주체가 필링크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인수합병(M&A)와 동시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점에서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젬백스는 필링크를 통해 다음달 15일 크리스에프엔씨 지분 63%를 175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젬백스가 지난 달 30일 유상증자를 통해 필링크의 지분 10.64%를 154억원에 획득하며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젬백스는 크리스에프앤씨를 인수할 목적으로 필링크를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필링크는 코스닥 상장사이지만 지난 2015년부터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회사 경영 상태는 불안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회사 내부에 454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200억원이 넘는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어 타 법인을 인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실제로 젬백스는 필링크의 내부 자금을 활용해 크리스에프앤씨의 인수 계약금을 지불했다. 젬백스가 필링크 인수를 위해 지불했던 유상증자 대금도 이번 M&A에 쓰인다. 부족한 인수자금은 필링크의 CB 발행, 사옥 매각, 인수금융 등을 통해 마련한다. 인수금융은 KB증권에서 단독으로 주선하며 금액은 500억원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젬백스는 CB 등 채권성 투자를 제외한다면 필링크의 유상증자 대금(154억원)으로만 필링크와 크리스에프앤씨를 인수한 셈"이라고 말했다.

154억원도 크리스에프앤씨의 IPO를 통해 조기에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젬백스는 내년 말쯤을 목표로 인수금융을 지원한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과 회사 상장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실적을 기록한 코웰패션 등이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IPO에 성공했을 때 젬백스는 인수가 대비 1.5배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크리스에프앤씨의 IPO가 성공할 경우 모회사인 필링크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에프앤씨는 부부인 윤전화 전 대표와 우진석 사장이 지난 1998년 설립한 의류업체다. 지난해 크리스에프앤씨의 매출은 2043억원, 영업이익 3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4.5%, 45.8% 불어난 수치다.

최근까지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해 IPO를 추진해왔지만 경영권 매각이 더 확실한 자금 회수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필링크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IPO시 남은 지분 중 일부를 팔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