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30일 18:08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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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철 오릭스 한국투자총괄 대표 서면인터뷰
- PEF에 저축은행 지분이전..옛 제일은행 임원 경영진으로 영입
- "셀트리온·STX에너지에 장기적 성장 파트너될 것"


일본 종합금융회사 오릭스가 오릭스저축은행 매각설을 일축했다. 오릭스저축은행에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더라도 오릭스는 과반 이상의 지분을 유지할 계획이다. 또 오릭스는 셀트리온, STX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데 이어 성장 잠재력을 가진 한국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키로 했다.

 일본 오릭스 “저축은행 안판다. 한국 투자 지속”
이종철 오릭스코퍼레이션 한국투자부문 총괄대표(사진)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오릭스저축은행의 신뢰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라며 "저축은행을 팔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도쿄은행 등을 거쳐 2003년부터 오릭스에서 투자은행(IB)부문 부대표, 글로벌 비즈니스 및 대체투자부문 책임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오릭스가 구상중인 저축은행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오릭스가 보유한 지분 99.91%를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여한 버팔로KC펀드(PEF)로 전량 이전한다. 오릭스가 이 펀드의 지분 5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남되, 전문경영진에게 경영을 맡기게 된다. 나머지 49%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미국계 올림푸스캐피탈과 옛 제일은행 임원진 등이다.

특히 킷스 샤켓 전 제일은행 부행장과 장찬 전 제일은행 상무는 버팔로KC펀드의 무한책임투자자(GP)로 오릭스저축은행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로버트 코헨 전 제일은행장도 펀드의 자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샤켓 전 부행장과 장 상무는 어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인연을 맺고 제일은행에서 같이 근무하다 2006년 주택담보대출 전문 회사인 페닌슐라캐피탈을 개설한 이력이 있다.

오릭스는 2010년 오릭스저축은행의 전신인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 일본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국내 저축은행시장에 진출했다. 오릭스가 저축은행 인수 3년만에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고 전문경영진을 영입키로 한 것은 저축은행들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급감하고 퇴출이 이어지는 등 영업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6월 결산법인인 오릭스저축은행은 이번 회계년도(2011년7월~2012년6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6.82%로 지난 회계년도 15.73%보다 개선됐다. 최저감독기준인 5%를 크게 상회하면서 업계 최고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성에 주력하다보니 수익성은 악화됐다. 당기순손실이 4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대표는 "지배구조가 개편되더라도 오릭스는 최대 주주로서 GP 해임권을 갖게 된다"면서 "주주와 경영진 간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경영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저축은행을 매각할 생각은 없다"면서 "상황에 따라 펀드 지분을 다시 사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팔로KC펀드는 향후 금융감독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를 거쳐 오릭스저축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한국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한국기업에 대해 기회가 닿는대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릭스의 셀트리온과 STX에너지에 투자배경에 대해서는 "한국에는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면서 "이들 기업의 전략적, 중장기적 성장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오릭스는 지난 10년간 대한생명, STX메탈, 미래에셋생명 등 한국 기업에 총 1조200억원을 투자한 ‘큰 손’이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한국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오릭스는 최근 4000억원 규모의 STX에너지 지분 49%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1000억원을 들여 셀트리온 지분 2.15%를 매입했다. 정책금융공사, KT캐피탈과 함께 한일상생펀드를 구성해 자동차부품업체인 서진오토모티브 등에도 투자했다.

1964년 설립된 오릭스그룹은 리스, 기업금융, 부동산, 은행, 보험, 투자 등을 영위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3월말 기준 총자산 121조원에 매출 14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올렸다. 오릭스그룹에서 운영하는 프로야구팀 오릭스버팔로즈는 일본 내 대표적 친한(親韓)구단으로 구대성, 박찬호, 이승엽, 이대호, 백차승 선수 등이 영입됐고 앞으로도 우수한 한국 선수를 선발할 예정이라고 이 대표는 소개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