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5일 00:00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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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장폐지 주가조작 등의 악재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리츠회사들이 초기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면서 향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 왔다.

케이탑리츠는 지난 14일 1분기 영업수익으로 7억원, 당기순이익 8000만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이는 2010년 회사가 설립된 후 처음으로 기록한 흑자이다.

케이탑리츠의 1분기 흑자 규모는 1억원이 채 되지 않지만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리츠들 중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1월31일 거래소에 상장하는 비용으로 3억원에 가까운 지출을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1분기 벌어들인 순이익 규모는 더 크다.

케이탑리츠 외의 상장된 리츠 3곳은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0년 상장한 골든나래리츠는 지난해 말 매출액 259억원에 당기순손실 54억원을 냈다. 거제도 사업의 분양대금이 들어오면서 매출총이익이 60억원 났지만, 판매비와 관리비(71억원), 기타 영업비용(31억원) 등으로 영업손실이 42억원을 기록했다. 이코리아리츠도 지난해 영업수익 2억4000만원에 영업비용으로 13억원을 사용하면서 당기순손실 10억원을 냈고, 광희리츠는 12억원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케이탑리츠가 상장 후 바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개발 후 분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취득한 건물을 운영하면서 임대료를 받는 사업 구조였기 때문이다. 케이탑리츠의 조중형 상무는 "작년 8월 1차 사업으로 부산의 쥬디스태화 빌딩 일부를 인수한 뒤 임대료 수익이 매달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면서 "기존 계획 상에는 1분기까지 적자가 지속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임대 수익률이 좋아서 1분기부터 바로 흑자 전환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탑리츠는 올해 2차 사업으로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실 부동산을 인수한 뒤 운용할 계획이다. 현재 몇 군데 부동산을 놓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 상무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60억원을 목표로 1500억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라며 "당장 주주들에게 큰 수익을 돌려주긴 어렵지만 장기 투자할 수록 수익을 내는 리츠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상장한 광희리츠도 올해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영등포동 도시형 생활주택의 분양을 완료하면서 분양대금이 올해 수익으로 잡히게 됐기 때문이다. 광희리츠의 박광준 이사는 "하반기 영등포 도시형 생활주택을 완공하고 입주를 마치면 분양순이익이 35억원 가량 될 것"이라면서 "흑자 전환하면 수익은 믿고 투자해 준 주주들을 위해 배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희리츠가 2차 사업으로 영등포구 당산동에 도시형 생활주택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순이익은 그리 크지 않을 예정이다. 광희리츠는 지난해 11월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사원아파트 부지 일부를 매입하고 현재 시공사 선정 중이라 초기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2차 사업은 1차 사업보다 규모가 커서 분양 매출액은 840억원, 순이익은 130억원 가량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올해보다 내년 수익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관리리츠는 지난해 다산리츠가 퇴출되고 골든나래리츠의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부동산 투자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2010년부터 20~30개의 리츠 회사들이 사업을 준비하며 국토해양부에 인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거래소가 리츠의 상장요건을 이전보다 강화하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10여개의 자기관리리츠사들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업계획을 취소했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리츠는 당장 대박을 낼 수 있는 부동산금융 상품이 아니다"면서 "리츠회사가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미래 비젼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