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인간’의 무대에 오른 스테파니(왼쪽), 전병욱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극 ‘인간’의 무대에 오른 스테파니(왼쪽), 전병욱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현대적인 공간에 LED 조명이 빛나고, 그 속엔 성향이 정반대인 남녀가 있다. 둘은 서로를 조롱하다 언성을 높이며 다투기도 하고, 또 의지하며 그러다가 사랑을 나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인간'(2003)의 흐름이며, 이는 연극 무대로 옮겨졌다. 문삼화 연출의 손을 거친 연극 ‘인간’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동명 원작을 기본으로 하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남자 라울과 자유분방하고 다혈질적인 여자 사만타가 이끄는 2인극이다.

영문도 모른 채 유리 감옥에 갇힌 라울과 사만타는 상반된 사고방식과 성향으로 뚜렷한 의견 차이를 보며 충돌한다. 그래서 주고받는 대화가 흥미롭다. 베르나르 특유의 빠른 호흡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쳐냈고, 구어체로 바꿔 관객들에게 가깝게 다가갔다.

연극 ‘인간’의 무대에 오른 고명환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극 ‘인간’의 무대에 오른 고명환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인간의 본능과 감정에 집중해 흘러가다 보니, 흡입력이 세다. 마치 탁구 경기를 보듯 두 사람의 언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녀별 다른 공감 포인트도 극의 전반부의 흥미 요소 중 하나.

극의 후반부는 말하고 싶은 진짜 주제,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화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라울은 유죄를, 감성을 앞세운 사만타는 무죄를 주장한다. 인류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 지구의 멸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주제와 소재는 거창하지만 의미하고 있는 것은 ‘우리’ 그리고 ‘삶’이다. 그 안에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사랑도 있다.

2인극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무대는 관객과 최대한 가깝게 했다. 마치 실제로 갇혀있는 것처럼 양옆에 객석을 뒀다.

연극 ‘인간’의 무대에 오른 박광현(왼쪽), 김나미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극 ‘인간’의 무대에 오른 박광현(왼쪽), 김나미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라울 역은 고명환, 오용, 박광현, 전병욱이 맡았는데 키와 생김새가 다른 만큼 말을 내뱉는 방식이나 연기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사만타 역은 안유진, 김나미, 스테파니가 맡았는데 이들 역시 각기 다른 색깔이다.

원작의 팬이라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무대화됐는지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만, 인류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원한다면 예고 없이 바뀌는 이야기의 흐름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년 3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러닝타임은 90분.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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