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판도라’에서 열연한 배우 문정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판도라’에서 열연한 배우 문정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998년 연극으로 데뷔한 이후 문정희는 쉼 없이 연기를 하고 있다. 30편 이상의 작품을 하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채웠지만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다작, 혹은 주연에 대한 욕심은 아니었다.

문정희는 작품 속 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기능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비췄다. 여성중심의 작품이 아니라 극 안에서 여성 캐릭터의 기여도가 높은 작품을 바란다는 것.

“남성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작품은 많아요. 그런 걸 보면 배가 아파요. 질투가 나서. 호호. 대부분의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의 기능적인 부분이 아쉬워요.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 외에도 더 깊은 코드가 있을 텐데 말이에요. 여성 캐릭터가 극 안에서 가지는 기여도가 높은 작품이 있다면 하고 싶어요.”

이러한 열망은 문정희를 고민의 중심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마음에 꼭 맞는 작품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도전을 해야 한다고.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우리나라엔 여자영화의 부족을 떠나 콘텐츠 자체가 편향돼 있어요. 뭔가 실천을 하기 위해 틈틈이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네요. 춤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해서 관련된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인접한 나라들의 문화를 공유하는 작품도 개발하고 싶고요.”

영화 ‘판도라’ 스틸컷 / 사진제공=NEW
영화 ‘판도라’ 스틸컷 / 사진제공=NEW
고민이 많은 문정희는 최근 ‘박정우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는 “그건 아닌데”라며 웃었지만, 사실 문정희는 ‘바람의 전설’(2004)로 인연을 맺은 후 ‘판도라’까지 총 4편의 작품을 박정우 감독과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지난 ‘연가시’에 이어 재난영화 2편을 모두 박정우 감독과 작업했다.

“감독님이 가진 사회적 정치적 풍자, 코미디 등의 코드가 좋았는데 지난 ‘연가시’를 연출하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죠. 처절한 현실과 투박함이 감독님과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 정신없는 현장을 통솔하는 모습을 봐서 이번 ‘판도라’에 대한 믿음도 생겼어요.”

‘판도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문정희는 곧이어 영화 ‘7년의 밤’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열일’하는 문정희는 끝으로 연기에 대한 방향성을 고백했다.

“이전에도, 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역할보다는 작품이 더 중요해요. 내 역할만 멋있게 그려지는 작품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콘텐츠여야 연기도 인정받을 수 있는 거죠. 제대로 된 작품을 계속 만나고 싶어요.”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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