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박철민/사진제공=봉봉미엘
박철민/사진제공=봉봉미엘
지난 2일 열린 영화 ‘커튼콜’의 언론시사회에서 박철민은 느닷없이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했지만, 그 눈물에는 배우 박철민의 고민과 깨달음 그리고 감사함이 담겨있었다.

박철민은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커튼콜'(감독 류훈)에서 개그맨 출신 삼류 에로 극단을 이끄는 프로듀서 민기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영화의 시나리오에 자신의 인생이 담겨있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하는 박철민의 진심을 들어봤다.

10.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박철민: 언론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처음보다 더 스마트해지고, 슬림해진 것 같다. 코미디 적인 상황을 잘 살리면서도 잔가지들이 잘 정리됐고,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가 그대로 담긴 것 같다.

10.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나?
박철민: 그렇다. 왜냐하면 그렇게 많은 작품이 들어오지도 않고, 출연을 망설이면 다른 사람에게 가버리기 때문에 빨리 결정해야 한다.(웃음) 그리고 적어도 배우라면 한 번쯤 지내왔던 무명 시절, 어려웠던 시절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색다르게 다가왔다.

10. 그렇다면 영화 속 캐릭터에 실제 경험도 담겼을 듯한데?
박철민: 내가 맡은 철구라는 캐릭터가 개그맨 출신에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연극 제작자다. 연기하고 싶어하는 철 지난 개그맨 설정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도 애드리브 때문에 사랑을 받기도 하고, 또 지적도 받는 배우다. 처음에는 그래서 조금 조심스럽기도 했는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연기 인생이 들어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래서 진솔하고, 절절하게 표현했다.

박철민/사진제공=봉봉미엘
박철민/사진제공=봉봉미엘
10. 언론시사회 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철민: 예상치 못한 통곡을 해서 부끄럽고 창피하고, 수치스럽기도 하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당한 기분인데 하지만 그런 부분도 나, 배우 박철민의 모습인 것 같다. 아무래도 그동안 가슴앓이했던 것들이 복받쳐서 나왔다. 관객들에게 또 다른 방법으로 더 깊이, 더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과정을 깨달아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10. 연기하면서 자신감이 좀 떨어졌던 때가 있었다는데?
박철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작아지기도 하고,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나 하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약장수’나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악역을 맡으면서는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연기할 때 또 신나게 했다. 인생도 온탕, 냉탕을 반복하듯 연기도 그런 것 같다.

10. 연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박철민: 가끔 나보고 연극 무대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그 반대다. 난 무대를 지키려고 하지 않았다. 무대가 나를 지켜주고, 받아주는 것이다. 나를 서게 만들어줘서 늘 무대에 고맙다. 드라마, 영화에서 정신없이 연기하고 연기 공장처럼 일주일에 두 작품씩 만들어내다가 무대 위에서 차분하게 천천히 연기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쌓였던 피도 푼다. 무대를 통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박철민/사진제공=봉봉미엘
박철민/사진제공=봉봉미엘
10. 최근 화두가 있나?
박철민: 내 인생의 화두라 하면, 이 재미있고, 행복한 일을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배우는 제작자와 관객이 원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 작품이 없으면 백수가 되기도 한다. 나는 아주 가늘고 길게 오랫동안 배우를 하고 싶다. 나이 먹어서 겨우겨우 한 대사하고 겨우겨우 촬영장에 갈 수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죽는 날까지 연기하고 싶다. 돈은 더 안 벌어도 될 것 같다. 돈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10. 류훈 감독이 영화 ‘커튼콜’에는 성취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연기하면서 성취감을 느꼈을 때는 언젠가?
박철민: 관객들이 내 연기를 보고 웃어주고, 박수쳐주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가 내 인생의 최고의 ‘커튼콜’인 것 같다. 관객들이 칭찬해주고,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내 역할 때문에 분노 할 때 성취감을 느낀다.

10. 필모에 ‘커튼콜’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박철민: 내가 최고로 많이 나온 작품.(웃음) 백 편이 넘는 작품 하면서 너무 과하게 나온 적도 있는데, 이번 작품에는 내가 가장 예쁘게 많이 들어가서 의미 있고, 싫지 않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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