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 / 사진제공=NEW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 / 사진제공=NEW
‘판도라’(감독 박정우)가 드디어 개봉했다. 꼬박 4년이 걸렸다. 게다가 극은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모았다. 4년 전에 기획한 작품 속에서 익숙한 향기가 풍겼기 때문.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에 이어 원자력 폭발 사고까지 일어난 한반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는 최근 경주 지진과 더불어 증설되는 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소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극중 정부의 안일한 사고 대응 태도는 재난에 대해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정부를 연상케 한다. 박정우 감독은 “덕을 보려고 기획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제 입장에서는 용기를 낸 작품이었는데 현 시국에 맞춰 잽싸게 만든 영화라는 반응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에요. 영화 관련 행사와 맞춰 정치적 이슈가 계속 터졌어요. 우리랑 스케줄을 공유하는지 의심까지 되더라고요. 이 시간에도 원전은 낡아가고 있고 지진은 일어나고 있으니 우리 원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기강이 바로잡혀도 국가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극중 정부는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사고가 난 시민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비싼 비용의 발전소를 폐로하면 안 된다며 해수 사용을 막았고, 외부로 새어나가는 사고 소식을 막기 위해 시민들을 가뒀다. 박 감독은 이런 이기적인 청와대를 그리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영화를 처음 준비하던 시기가 지금 정부의 초창기 시절이었어요.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없었죠. 어떻게 하면 공격을 받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요. 결국 외부적 고민을 내려놓고 스토리에 집중하기로 했죠.”

박 감독은 앞서 ‘연가시’를 통해 재난영화에 발을 들였다. ‘판도라’를 통해 뻔하지 않은 재난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는 결국 실험보다 정공법을 택했다. 재난영화가 가지는 기본적인 틀을 피하지 않고 사용한 것. 대신 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다른 재난에 비해 현실성이 확보된 영화예요. 신파라는 평가에 겁을 먹어 절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과장하지 않는 현실적인 재난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스케일, 최대한의 감정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박 감독은 영화를 통해 어떤 방향을 제안하거나 탈핵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저 관객들이 사고 위험성을 인지하기 바란다는 것. 영화의 흥행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판도라’를 보고,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인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덧붙였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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