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가수 양수경 / 사진제공=오스카이엔티
가수 양수경 / 사진제공=오스카이엔티
‘원조 디바’ 양수경은 1998년 9집 앨범 ‘후애(後愛)’를 마지막으로 훌쩍 가요계를 떠나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무려 17년이 지나 지난여름 미니 앨범을 들고, 가요계로 돌아왔다.

2016년은 가수 양수경에게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만약 다시 무대에 오를 용기를 내지 않았더라면 양수경은 자신이 얼마나 사랑 받았던 가수였는지, 얼마나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은지를 몰랐을 것이다. 양수경은 다시, 가수 양수경으로 사는 지금이 행복하다.

10. 지난 7일, ‘사랑은 차가운 유혹’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 등 히트곡 11곡을 묶어 베스트 앨범을 발매했다. 가수 인생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을 것 같다.
양수경: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내가 이렇게나 히트곡이 많은 가수였다는 걸 알았다. 무대에 돌아가는 것만 그리워했고, 정작 가수 양수경이 누군지 나 양수경이 몰랐던 거다. 내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만 노래만큼은 남아 있더라. 그 노래들을 모아서 앨범을 낼 수 있어서 행복하다.

10. 이전의 히트곡들을 오랜만에 다시 부른 소감이 궁금하다.
양수경: 11곡을 모두 요즘 감성에 맞게 편곡했다. 예전에 내가 부른 노래들을 들어보니 아쉬운 부분들이 많더라. 다시 노래할 수 있다는 그 소중함 때문에 더 악착같이 연습하고, 녹음에만 열흘 이상 투자했다.

10. 앨범 차트에서도 굉장히 선전하고 있다. 신나라 레코드 실시간 앨범 차트에선 1위에도 올랐다. 가온차트에선 쟁쟁한 후배들 사이에서 42위를 차지했다.
양수경: 차트를 일일이 신경 쓰면 의기소침해진다. 내가 옛날처럼 1위를 하겠다고 앨범을 낸 게 아니니까. 다만 아쉬운 건 내 또래 가수들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음식점도 잘 나가는 한 군데 있는 것보다 서로 경쟁해야 그 거리가 번창하는 것처럼 같이 선의의 경쟁을 펼칠 친구들이 있으면 좋은 건데 말이다. 시대가 이렇게 변한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좀 씁쓸한 것은 감출 수 없다.

10. 약 20년 동안 방송국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을 텐데?
양수경: 내가 처음 데뷔했을 때는 마음을 전하는 것은 손이었다. 라디오 방송도 엽서로 사연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장비가 현대화돼서 실시간으로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듣더라. 많은 것이 달라졌다. 20년 전엔 겁 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때는 눈 뜨면 노래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안다. 그래서 매순간 소중하고 조심스럽다.

가수 양수경 / 사진제공=오스카이엔티
가수 양수경 / 사진제공=오스카이엔티
10. 그 사이 팬들도 어른이 됐겠다.
양수경: MBN ‘아궁이’에 출연했을 때 오랜만에 팬들과 만났는데 너무 반가워서 같이 울었다. “첫사랑과 헤어지고 언니 노래 많이 들었어요”라면서 자기들의 오래 전 추억을 꺼내놓는데 꼭 그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느낌이다. 정말 애틋하다. 솔직히 내가 아이돌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어디서 앨범을 사는지, 언제 내가 방송에 출연하고 응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하는데 고맙다. 중고등학생이던 친구들이 이제는 월차를 쓰고 내 무대를 보러 온다. 시간이 흐르고 겉모습은 달라졌어도 여전히 나와 팬들은 소년소녀들이다.

10. 20년 전과 지금 팬들의 달라진 점을 하나만 꼽아보자면?
양수경: 20년 전에는 손 편지·인형·종이학 같은 선물을 주던 친구들이 이제는 김치·건강음료 등을 준다는 것?(웃음) 팬들을 보면 시집·장가 잘 간 친동생들을 보는 느낌이다. 방송국에서 만나면 난 힘든데 여기까지 왜 왔느냐며 얼른 집에 들어가라고 한다. 떨어져 있었던 시간들이 많아서 그런 걸까. 참 유난스러운 것 같다.(웃음)

10. 오랜만에 가수로 복귀하는 자녀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양수경: 다른 고등학생 자녀들과 비슷하다. (양수경은 자녀들과 영상 통화를 나눈 목록을 보여줬다.) 지금 미국에 유학을 갔는데 자식 보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이야 똑같을 거다. 난 우리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들을 버틸 수 있었다. 아이들이 정말 보고 싶지만 엄마로서 더욱 떳떳해지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를 거다.

10. KBS2 ‘불후의 명곡’에선 노래를 부르고 눈물을 흘리던데?
양수경: 내가 가수였다는 것도 잊고 살 정도로 아이들을 키우는데 집중했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는 ‘힘내세요’라는 글만 봐도 눈물이 났었다. ‘불후의 명곡’에선 정말 울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울컥했다. 요즘도 노래를 부르다가 정말 감사해서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다.

가수 양수경 / 사진제공=오스카이엔티
가수 양수경 / 사진제공=오스카이엔티
10. 첫 복귀 무대 기억나나? 데뷔했을 때만큼 떨렸을 것 같은데?
양수경: ‘불후의 명곡’에선 후배들의 무대를 보는 입장이었고, 오롯이 내 무대로 채운 것은 KBS1 ‘콘서트 7080’이었다. 70분 단독 무대를 꾸몄는데 어떻게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웃음) 예나 지금이나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복귀 후에 느끼는 떨림은 예전과 깊이가 다르다. 그 후로 여러 차례 무대를 가졌지만, 그 중에는 완전히 망친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오래 쉬었으니까 그 공백 때문에 생긴 모자란 부분들을 채우려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꾸준히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10. 약 20년 만에 가수로 복귀하고 이렇게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까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양수경: 나보고 다들 어떻게 관리하느냐, 예쁘다고 하는데 과찬이다. 비결은 아무리 힘들어도 웃고 자는 거였다. 사람의 눈빛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가 없다. 내 또래의 여자들은 대부분 누구 엄마·며느리·아내로 살지 정작 자기 자신이 여자인지 잊고 산다. 내 또래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주고 싶고, 힘이 되고 싶다.

10. 2016년은 가수 양수경 인생에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양수경: 정신없이 하루를 사느라 그런 생각을 못해봤다. 진짜 올해는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될 것 같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게 됐고, 그동안 나를 응원해줬던 팬들과 다시 만났고, 무엇보다 노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알게 됐으니 말이다.

10.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양수경: 내년 일본 진출도 계획 중이다. 예전에 일본 NHK 신인상, ABU 국제가요제 최우수 인기가수상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당시엔 그 가치를 몰랐다. 귀찮게만 느껴져서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때 못했던 것들을 이제 욕심낼 생각이다. 또 내년 4~5월에 콘서트와 디너쇼를 개최하려 한다. 그동안 세월에 익숙해지면서 잊고 살았던 ‘가수 양수경’으로서의 삶을 다시 열심히 살아볼 생각이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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