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미운우리새끼’ 포스터 / 사진제공=SBS
‘미운우리새끼’ 포스터 / 사진제공=SBS
SBS ‘미운우리새끼’가 심야 예능 강자로 우뚝 섰다. 드라마도 넘기 힘든 시청률 10%를 방송 4회 만에 돌파했다.

‘미운우리새끼’는 엄마가 화자가 돼 아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으로, 싱글인 김건모·토니안·박수홍과 더불어 ‘돌싱’ 허지웅의 적나라한 일상이 그려진다. 예상치 못한 이들의 평소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들의 반응을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파일럿 당시만 해도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관찰한다는 점에서 ‘나혼자 산다’의 아류로 그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정규 편성 이후 ‘미운우리새끼’는 독보적인 색깔을 나타냈고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된 ‘미운우리새끼’ 1회는 시청률 6.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후 가장 최근 방송된 4회에서 10.2%를 기록, 첫 방송 후 3.5%포인트 상승한 성적으로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미운우리새끼’가 여러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연출된 상황이나 꾸며진 모습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담긴 VCR과 불혹을 넘긴 아들을 보며 잔소릴하고 ‘귀엽다’고 말하는 어머니들의 현실적인 반응들이 그 자체로 프로그램의 주요 재미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비슷한 포맷으로 언급된 ‘나혼자 산다’와 큰 차이를 보인다. ‘나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간의 교류와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등이 그려지는 반면 ‘미운우리새끼’는 싱글남들의 혼자 사는 모습을 관찰하는 게 주를 이룬다. 그것도 어머니들의 눈높이를 통해.

◆ 볼수록 빠져드는 ‘아재 라이프’

김건모, 박수홍, 토니안 / 사진제공=SBS
김건모, 박수홍, 토니안 / 사진제공=SBS
수줍게 소개팅을 준비하고, 치매가 걱정돼 같은 물건을 사모으는 김건모의 모습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평소 음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모습을 보였던 김건모가 ‘미운우리새끼’에선 ‘리얼 아재 라이프’를 보여준다.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들이 무대 위 여유로움에선 찾아볼 수 없던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나타내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박수홍의 재발견도 새롭다. 다정하고 모범적인 방송 이미지를 고수해온 박수홍의 일상은 예상과 달리 ‘아재’ 그 자체였다. 금요일 밤엔 후배 개그맨들과 옷을 차려입고 클럽으로 향하는가 하면, 주말엔 하루종일 쇼파 위에 누워 TV를 시청하는 모습으로 웃음과 공감을 선사했다.

‘1세대 아이돌’ 토니안 역시 다를 바 없었다. 혼자사는 남자의 정석을 보여주듯 곳곳에 먼지가 쌓인 너저분한 집안과 노안이 와 책을 멀리 떨어뜨린 채 읽는 모습 등은 팬들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안기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 아들 못지 않은 어머니들의 ‘예능감’

토니안 엄마, 김건모 엄마 / 사진제공=SBS
토니안 엄마, 김건모 엄마 / 사진제공=SBS
어머니들의 톡톡 튀는 입담도 ‘미운우리새끼’ 인기에 큰 몫을 하고있다. 연출은 맡은 곽승영 PD는 “‘미운우리새끼’의 주인공은 스타가 아닌 어머니들”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심지어 출연자들을 섭외할 때도 어머니들의 입담을 우선적으로 체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잔소리를 더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꼭 내 어머니 같은 느낌을 주며 ‘미운우리새끼’의 분위기를 한층 정겹고 따뜻하게 조성해준다. 특히 다른 아들의 VCR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내 아들의 모습에 누가 싫은 소리라도 보태면 쉴드를 치는, 전형적인 어머니들의 모습이 훈훈함을 안긴다.

이러한 점에서 ‘미운우리새끼’는 심야 예능으로서 또 하나의 강점을 지닌다. 온가족이 다함께 TV를 시청하는 시간대인 만큼 자식들도, 부모님들도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안방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 여기에 재미와 유쾌함을 더해 완벽함까지 추구했다.

◆ 신동엽X서장훈X한혜진, 의외의 ‘밸런스’

MC 서장훈, 한혜진, 신동엽 / 사진제공=SBS
MC 서장훈, 한혜진, 신동엽 / 사진제공=SBS
세 MC 군단의 케미스트리도 빼놓을 수 없는 신의 한 수다. 19금 농담으로 유명한 신동엽과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서장훈이 툭툭 내뱉는 농담들은 웃음과 함께 시청자들의 채널 고정을 부른다. 한혜진은 두 사람 사이에서 적절히 수위 조절 역할을 해주며 특유의 포근함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신동엽은 오랜기간 방송인으로 활동한 만큼,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들에 자신이 겪은 일화를 폭로하는 등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를 꺼내 매 순간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이렇게 세 사람이 이루는 조화는 예능에 서툰 어머니들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재미를 더해주며 ‘미운우리새끼’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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