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유지태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유지태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tvN ‘굿와이프’ 속 이태준은 분명 ‘나쁜 남자’다. 아내 김혜경(전도연)을 두고 두 차례나 외도를 했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김혜경에게 교통사고의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남자, 아내를 향한 사랑도 어마어마하다. 그의 눈빛은 거짓이 아닌 진심이었다. 오죽하면 쓰레기와 사랑꾼이 합쳐진 ‘쓰랑꾼’이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유지태는 중저음의 목소리, 여심을 자극하는 드넓은 어깨, 선인지 악인지 헷갈리는 미스터리한 면모로 이태준의 매력을 한껏 끌어 올렸다. 유지태는 어느 한 면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실제 유지태에게서 나쁜 남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아내 김효진과 아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느껴졌다. 나쁜 남자 아닌 ‘굿허즈밴드’인 유지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0. 김혜경과 이태준은 결국 쇼윈도 부부로 남게 됐다. 결말은 만족하는가?
유지태 : 전형성에서 탈피했다고 생각한다. 제작진이 다른 여성상을 그리려고 노력한 게 느껴졌다. 선택의 종지부가 결혼이나 이혼이 아니어서 좋았다.

10. 이태준 역할을 택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유지태 : 처음에 이 역할을 해야 하나 싶었다. 사실 서중원(윤계상) 역할을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제작진은 내가 무게중심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배우들과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10. 이태준이 어떻게 보였으면 했나?
유지태 : 이태준은 감성과 이성을 스스로 어느 정도 컨트롤하는 인물이다. 가족에 대한 애착은 집착에 가깝다.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욕망도 강하다. 최대한 입체적으로 그리려고 했다. 조금 더 미스터리한 인물처럼 느껴졌으면 했다. 김혜경에 대한 감정은 사랑과 집착이 복합됐다고 느껴졌다. 순간순간 달랐다. 사랑을 하나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고, 그 집착이 엄청난 불행이 되지도 않나. 사랑의 감정을 진심 어리게 표현하는 것이 이태준을 더욱 미스터리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10. 이번 작품을 통해 ‘쓰랑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유지태 : 의외의 반응이었다. 별명까지 얻게 됐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태준 캐릭터가 쓰레기에 머물지 않고 쓰랑꾼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로 묘사돼서 다행이었다.

10. 어깨가 위압적이었다.
유지태 : 제작진이 몸을 키워달라고 주문했다. 원작 속 피터 플로릭(크리스 노스)의 덩치가 굉장히 컸다. 상대방을 제압하고 위압감을 줄 수 있는 몸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요즘 유행과 맞지 않아 걱정도 됐지만, 유행보다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더 생각해서 열심히 몸을 키웠다. 주로 어깨가 노출됐는데, 근육들을 많이 보여줬던 것 같다. 섹시한 느낌을 원했는데, 섹시하다는 반응이 나와서 다행이었다. 워낙 운동을 좋아한다. 하루 종일 운동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지태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유지태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10. 나중에는 검사가 아니라 조폭 같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유지태 : 한상운 작가가 스릴러나 장르 영화를 좋아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지점을 이태준에게 녹여낸 거 같다. 연기할 때 입체적으로 보여서 좋았다. 조금 더 보여줬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악역으로 갈 거면 괴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끝까지 간 괴물처럼 보였으면 했는데 쓰레기가 됐다. 작가님에게 말하니까 쓰레기가 괴물인줄 알았다고 하더라. (웃음)

10. 전도연과는 첫 호흡이었다.
유지태 : 인상적이었다. 계속해서 ‘진짜 감정일까?’라고 묻더라. 진짜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오래 하면 매너리즘으로 연기하는 배우도 있는데, 계속해서 ‘진짜일까?’라고 묻는 게 인상 깊었다. 이래서 다들 전도연 전도연 하는구나 싶었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상대 배우가 오롯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는 전도연 선배와 연기했던 상대 배우들의 진가가 발휘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함께 연기해서 너무 좋았다. 이태준이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 선택할 때 고심됐지만 전도연 선배와의 연기가 기대가 된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충족됐다.

10. 아내 김효진은 어떤 응원의 말을 해줬는가?
유지태 :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는 없었다. 주위에서 좋은 말을 많이 들어서 아내도 굉장히 기뻐했다.

10. 평소에는 어떤 아빠인가?
유지태 : 자평하기가 어렵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떤 아빠든 최선을 다 한다. 이태준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 수도 있다. 하하. 평소에도 아들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키즈카페도 자주 가는데, 사장님이 뛰어나와서 잘보고 있다고 하더라. (웃음)

10.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유지태 :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특히 결혼은 다른 것보다 더 큰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핵심은 사랑이다. 그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내일도 노력해야 한다. 물론 혼자서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서로서로 노력을 해야 한다.

10. 김효진과 함께 봉사활동도 많이 하면서 모범적인 모습도 많이 보이고 있다.
유지태 : 내가 무슨 제안을 해도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오니까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같은 꿈을 꾸고 지향점을 바라본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유지태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유지태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10. 이번 작품을 통해서 나나가 많은 호평을 들었다. 선배로서 어떤 생각이 드나?
유지태 : 대사처리가 자연스럽고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좋다. 배우가 대사를 잘 소화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배우든 개성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나나는 굉장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배우더라.

10.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유지태 : 예전에는 내 이미지를 부정할 때가 있었다. 영화 ‘동감’이나 ‘주유소 습격사건’처럼 멜로나 모델 이미지로 어필하는 캐릭터를 할 때는 이를 탈피하고,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다. 일부로 살찌운 아저씨 역할을 하고, 몸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부러 내 이미지를 부정하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부합해서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자기 옷을 자연스럽게 입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부로 내 모습을 망가뜨리면서 이미지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더라.

10. 유지태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뭔가?
유지태 : 꿈이다. 내 나이가 되면 다들 자신의 꿈을 서랍에 올려놓는다고 한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연기, 영화에 대한 열정이 크다. 한국 시장이 아닌 세계인과 경쟁하고 싶다. 좋은 영화를 만들고, 좋은 배우고 되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그 꿈은 내가 계속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배우가 되고 싶은 꿈도 있다. 공부도 많이 하고 있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도 배급이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있기도 하다.

10. 앞으로는 드라마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건가?
유지태 : 그간 영화에 집중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에 매력을 느꼈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주로 출연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영화는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가 있지만 드라마는 계속해서 변하고, 심지어 쪽대본도 날아온다. 배우로서 잘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매력 있고 은근히 도전 의식을 불러온다. 쫄리는 상황에서 쫄지 않고 유연하게 연기를 하고 싶다. 그 에너지는 영화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와는 다르다.

10. 차기작인 영화 ‘꾼’에서도 검사 역이다.
유지태 : 곧 첫 촬영에 들어간다. 이태준이 뒤에서 조종하는 역할이라면 이번에는 전면으로 나선다.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검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10. 아내 김효진은 언제 연기로 컴백하나?
유지태 : 아내는 아이가 적어도 세 살까지는 옆에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좋은 엄마다. 나도 엄마로서 배우로서 그녀의 꿈을 잘 서포트하고 싶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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