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밴드 국카스텐(하현우,전규호,김기범,이정길)이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올림픽 전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국투어‘스콜(Squall)-서울 앙코르’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밴드 국카스텐(하현우,전규호,김기범,이정길)이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올림픽 전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국투어‘스콜(Squall)-서울 앙코르’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음악적인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없습니다. 국카스텐의 음악은 세상과 우리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우리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국카스텐의 소신이다. 국가스텐은 21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전국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스콜-서울 앙코르’ 공연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개최, 국카스텐과 국카스텐의 음악에 대하 이야기했다.

데뷔 8년 만에 단독으로 전국투어를 열게 된 국카스텐은 “느낌이 새롭다. 우리나라에서 밴드로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얻는 게 어렵다. 더구나 음악적 정체성을 지키며 대중과 호흡하는 건 더 어렵다. 그래서 여러 시도를 한 끝에 우리 힘으로 투어를 했고 매진이 됐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들의 말대로 밴드 음악으로 대중성을 얻기란 쉽지 않다. 국카스텐이 전국투어를 매진시키며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방송 출연의 공이 크다.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는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도 나가고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도 나갔었다. ‘나가수’는 국카스텐을 알리기 위해 나갔다”며 “‘복면가왕’은 나가기 전에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밴드와 함께 하지 않는 것에 익숙지 않아서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결과적으로 ‘복면가왕’ 출연이 지금의 국카스텐과 하현우를 만들었다. 하현우는 ‘복면가왕’의 ‘우리 동네 음악대장’으로 가왕 자리를 장기집권하며 활약했다. 하현우는 “덕분에 대중들이 내 목소리에 적응하고, 또 국카스텐의 음악에도 관심을 가져주셨다. 자연스레 밴드 사운드에도 관심을 가지시더라. 밴드 신 자체가 활성화되어간다는 느낌을 현장에서 많이 받는다. 자긍심도 생기고 뿌듯하다. 열심히 한 만큼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멤버들 역시 하현우의 공을 인정한다. 드러머 이정길은 “하현우가 잘했다. 열심히 더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고 말했다. ‘복면가왕’에서 하현우가 우승할 때마다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고.

한편으로는 국카스텐이라는 밴드와 ‘음악대장’ 하현우에 대한 대중의 온도차 역시 존재한다. 국카스텐은 이에 대해 “우리도 느끼지만 삐딱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에 있어 어느 정도의 관심과 위치에 있는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잘 알았다”면서 “오히려 공연장에서 대중이 잘 모르는 노래를 하더라도 관심과 열정, 환호성을 그대로 이어주시기 때문에 우리는 좋다”고 말했다.

이번 전국 투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로 공연장을 찾은 70대 관객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일흔이 넘으신 분이 ‘복면가왕’에서 하현우를 보고 감명을 받아 국카스텐의 음악을 찾아 들으셨다더라. 우리의 신곡을 듣고 ‘한국의 비틀즈’라고 하셨다. 우리가 한 말이 절대 아니다. 이렇게 대중들이 점점 국카스텐에 빠지게 되는 것이 (방송 출연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들어주는 이가 있는 음악을 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국카스텐은 잘 알고 있다. 멤버 전원이 섬유공장, 화장품 공장 등에서 일하며 음악을 해왔기 때문이다. 국카스텐은 “그때 공장장 분들이 점심시간마다 우리에게 음악하지 말라고 그랬었다. 그런데 그 때 그 아저씨들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세상 속에 융화되지 않은, 모자란, 혹시 불량품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서 음악을 시작했다”는 국카스텐은 “20대 초반에는 아픈 걸 아프다고 표현했다면 2집 앨범부터는 시대 상황에 맞게끔 다른 색깔을 보이면서, 왜 아픈지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음 앨범은 또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으로 국카스텐이 보여줄 음악 색깔은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컬래버레이션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 영역이 확장된 느낌”이었다던 국카스텐은 “앞으로 그런 작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영화 음악을 해보고 싶다. 아무도 우리한테 제의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만들어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면가왕’으로 반 년을 써버려서 이제 열심히 작업을 해야 한다. 다음 앨범으로는 어쿠스틱을 할까 정규를 먼저 낼까 고민 중이다. 빨리 결정해서 좋은 음악 들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높였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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