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측의 우리 문화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달,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예상치도 못한 암초를 만난 한류는 어디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이에 텐아시아는 여러 실제 사례들과 엔터사들의 이야기를 모아 중국발 한류 적신호의 실태를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

[텐아시아=문연배·윤준필 기자]
지난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케이콘 2016 프랑스 K팝 콘서트 엠카운트다운’ 현장 / 사진제공=CJ E&M
지난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케이콘 2016 프랑스 K팝 콘서트 엠카운트다운’ 현장 / 사진제공=CJ E&M
주식시장에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모두 담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이는 모든 달걀을 담은 바구니를 떨어트렸을 때, 거의 모든 달걀이 깨지는 것처럼 한 가지 분야에 ‘올인’했다가 실패하게 됐을 때의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투자 전문가들은 집중 투자보다 안전한 분산 투자를 추천한다. 그런데 지금 2016년의 한류 산업은 달걀을 대부분 중국에만 담는 모양새다.

10년 전만해도 한류는 일본으로 흐르고 있었다. 일본은 한류 열풍의 진원지였고, 한류의 가장 큰 시장이었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가수 보아를 시작으로, 장근석·동방신기·카라·소녀시대 등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며 한류 스타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런데 일본 내 한류 열풍은 2010년대에 들어서며 조금씩 시들기 시작했다. 2011년 8월, 방송사들의 과도한 한국 드라마 편성에 불만을 품은 배우 다카오카 소스케가 한류를 비난하는 발언을 트위터에 올렸고, 이를 계기로 후지TV 본사 인근에 약 1,000명의 우익 시위대가 모여 한류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친 것이 화제가 됐다.

지난 2011년 ‘제62회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소녀시대. 이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한국 가수는 없다. / 사진=NHK방송화면 캡처
지난 2011년 ‘제62회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소녀시대. 이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한국 가수는 없다. / 사진=NHK방송화면 캡처
또, 이듬해에는 ‘독도 문제’로 인해 한류가 타격을 입었다. 광복절 독도 수영 횡단에 참여한 송일국, ‘독도 수호 천사’로 활동한 김태희가 반한 세력의 표적이 된 것이다. 배우 송일국이 출연한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일본 방영이 연기됐고, 배우 김태희는 광고 발표회가 취소되는 일을 경험했다. 또, 2011년 동방신기·카라·소녀시대를 마지막으로 2012년부터 NHK ‘홍백가합전’에 K팝 스타들이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국가 간의 외교적인 마찰이 문화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다.

4년이 지난 지금, 한류는 또 다시 비슷한 위기에 처해있다. 중국 정부 측의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중국 측의 거센 압박이 가시화 되고 있다. 이에 중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한류 스타들은 물론, 중국 동시 방송을 노리던 드라마·영화들이 예상치 못했던 위기를 맞게 됐다.

물론 중국으로 흐르는 모든 한류 수로가 막힌 것은 아니다. 각종 규제와 압박의 틈을 비집고 중국에 닿을 방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중국 외의 다른 국가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도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은 많다.

페루와 멕시코는 중남미 한류의 중심지로 통한다. 중남미에 한류 팬클럽은 무려 749개가 있으며, 약 630만 명이 회원으로 등록돼있다. 또, 페루는 남미 국가 중 한국 드라마 방송 1위국이다. 지난 2002년 ‘별은 내가슴에’ 첫 방영이후 한국 드라마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유튜브 등을 통해 K팝이 젊은 층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밖에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의 중남미 국가에서도 K-콘텐츠의 소비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24-~25일, 뉴욕 푸르덴셜 센터에서 열린 ‘KCON 2016 NY’에 4만 2,000 여명이 운집했다. / 사진제공=CJ E&M
지난 6월 24-~25일, 뉴욕 푸르덴셜 센터에서 열린 ‘KCON 2016 NY’에 4만 2,000 여명이 운집했다. / 사진제공=CJ E&M
미주지역에서는 한류 콘텐츠 전문 스트리밍 사이트 ‘드라마 피버’를 중심으로 K드라마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서비스를 시작한 ‘드라마 피버’는 2015년 12월 기준 월 방문자 2,200만 명, 14,000편 이상의 에피소드, 월 8억 건에 달하는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했다. K팝 또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관심을 얻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5년 10월 빅뱅의 북미 투어 콘서트 ‘메이드(MADE)’는 라스베가스, LA, 애너하임 등 서부지역 뉴저지와 멕시코, 토론토 공연에서 총 8만 7,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유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제작한 2015한류백서에 따르면, 유럽은 2015년 전년 대비 한류 동호회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이다. 2014년 182개였던 유럽 내 한류 동호회는 2015년, 306개로 늘어나 68.1%의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6월에 프랑스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16 프랑스’에서는 1만 3,500여 명의 관람객이 참석해 K팝, K뷰티 등 한국문화를 즐겼다.

중동 역시 잠재적인 한류 팬덤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2000년대 말, 이란에서는 드라마 ‘대장금’과 ‘주몽’이 각각 최고 시청률 90%, 85%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또 ‘해신’ ‘상도’ ‘찬란한 유산’ ‘바람의 화원’ 등도 현지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지난 3월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케이콘’에는 8,000명의 중동 한류 팬들이 모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홍보협력팀 이혜은 과장은 “아직까지 우리 콘텐츠가 아시아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는 지역적으로 다각화하고 장르적으로는 다양화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장은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도 조금씩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 K드라마·K팝이 소비되고 있다”며 “캐릭터 상품이나 뷰티 등 정식 콘텐츠 수출을 통해 해당 지역의 한류를 조금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연배·윤준필 기자 brett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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