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굿와이프’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굿와이프’ 방송화면 캡처
tvN ‘굿와이프’ 9회 2016년 8월 5일 오후 8시30분

다섯줄요약

이태준(유지태)이 재수감되고, 서중원(윤계상)은 김혜경(전도연)에게 사랑한다는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그러나 태준 측 변호사 오주환(태인호)이 혜경이 듣지 못하게 중원의 메시지를 지워버린다. 로펌의 신입 변호사 채용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혜경과 이준호(이원근)는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다. 로펌 대표 서명희(김서형)는 혜경을 정식 변호사로 채용한다.

리뷰
팩트(fact)가 왜곡되어져 진심·진실이 묻히는 혼돈스러운 상태. ‘굿와이프’가 지금 그런 상태이다. 팩트는 등장인물 각각의 욕망과 잇속을 위해 편파적으로 해석·편집되면서 진실이 조작된다. 오주환은 중원의 진심을 혜경이 듣지 않도록 음성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렸다. 태준의 승소를 위해선 혜경이 여전히 태준과 사이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으니까. 주환은 “내 계획은 그냥 너(김혜경)를 사랑하는 거야. 네가 바라는 대로 다 해줄게.”라는 중원의 음성메시지가 혜경에게 불러올 파장을 자체 해석하고 알아서 삭제해버린 것이다. 전도연이 극중 변호사 성공만큼이나 여성으로서 행복해지길 바라는 시청자 입장에서 보자면 주환은 정말이지 열폭(?)할 행동을 했다.

그러나 어디 주환만이 ‘굿와이프’에서 진실을 숨겼겠는가. 남주인공 태준은 이보다 몇 배는 더 큰 진실을 숨기고 나쁜 일을 저지른 듯한데. 태준·주환은 물론이고 최상일(김태우), 이번 회 명희의 친구 부부와 베이비시터 살해범까지 쟤다 진실을 일부러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팩트를 가공하는데.

어찌 보면 현대사회 인간들끼리는 생존 경쟁을 해야 해서 자신에게 더 이득이 생기는 쪽으로 사실을 왜곡 해석하거나 거짓말하는 게 별 일 아닌 듯하다. 이런 이기심은 준호처럼 눈에 빤히 보이는 얄미운 짓과 김칫국 설레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태준처럼 지능적이고 무섭게 드러나기도 한다.

‘굿와이프’는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인공 혜경을 통해 인간에게 이타적인 본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혜경은 약에 취한 준호를 까발려 변호사 경쟁을 쉽게 끝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혜경은 다른 로펌 변호사들한테 준호의 상태가 들키지 않도록 도와준다. 중원은 준호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혜경을 보며 답답해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또 이런 점 때문에 혜경을 사랑한다. 겉으로 보이는 이력만 보자면 혜경은 애 딸린 유부녀에 늦깎이 신참 변호사로, 로펌 대표 중원에게는 가당치 않은 짝이다. 그런데도 중원이 혜경에게 빠진 건 냉혹한 변호사로 살아오면서 잃어버렸던 마음, 의롭고 따뜻한 변호사를 꿈꾸었던 초심을 혜경이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중원은 혜경을 보면서 순수했던 사법 연수원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듯하다.

혜경이 자신보다 다른 누군가를 도와줄 마음이 더 강하다는 건 다른 속물 변호사들은 절대 갖추지 못한 강점이다. 혜경의 법정 수사극 에피소드들이 단순하게 풀리고, 변호사로서 혜경의 독립성·전문성은 약하게 드러나 아쉽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전도연은 ‘좋은 변호사’라는 것이다. 로펌의 정식 변호사가 된 전도연, 앞으론 그녀가 김단(나나)·중원의 결정적 도움 없이도 혼자서 사건을 해결하는 ‘멋진 변호사’의 모습도 보고 싶다.

수다포인트
– 전도연의 휴대폰 음성메시지 비밀번호가 1234라니…. 비밀번호를 절대 쉽게 설정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드라마.
– 열일하는 나나. 의뢰인과 용의자에 대한 결정적 단서도, 범인 검거도 나나가 결국 다 해결하네요.
– 로펌 변호사들 없어도 나나만 있으면 사건 클리어! 주연 변호사·검사들이 일개 수사원 한 명을 못 따라가는 드라마.
– 나나, 김서형 이 드라마는 어떻게 여자들도 이리 다 멋지죠? 유지태·윤계상만큼이나 여자 주연들의 매력도 넘쳐흐릅니다.

이윤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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