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아이돌 그룹들에게 ‘마의 7년’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표준 계약서상 전속계약은 최장 7년이므로, 재계약 시점에 변화를 맞이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수순. 재계약을 하게 되는 7년을 기점으로 아이돌그룹은 해체를 하고, 멤버를 교체해 새 출발을 하기도 한다.

소속사와 멤버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팀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그룹도 있지만, 현명하게 대처해 2막을 화려하게 여는 그룹도 적지 않다. 무엇이 중요한지 제대로 알고, 재도약에 나서는 것이다. 영리하게 변화를 맞은 아이돌의 중심에는 최근 컴백한 원더걸스와 비스트가 있다.

비스트 윤두준(왼쪽부터), 손동운, 양요섭, 이기광, 용준형/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비스트 윤두준(왼쪽부터), 손동운, 양요섭, 이기광, 용준형/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 비스트 ‘발라드’


2009년 데뷔한 비스트는 올해로 데뷔 7주년을 맞았다. 곧 재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앞서 멤버 장현승의 탈퇴를 공식화했다. 지난 4일 내놓은 음반은 5인으로서의 첫걸음이었다.

비스트는 장현승의 탈퇴를 두고 “음악적인 성향의 차이”라고 설명하며, “향후 장현승의 솔로 음반과 다양한 활동을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1년 만에 컴백인데다, 팀 재편까지 있었던 터라 비스트의 부담과 책임감은 컸다. 장현승의 빈자리가 느껴지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이를 위해 열심히 땀을 흘렸다.

타이틀곡을 직접 만든 용준형의 고민도 상당했다. 고민과 연구 끝에 댄스가 아닌 발라드를 내놨다. 선공개한 곡 ‘버터플라이’와 ‘리본’은 모두 느린 템포의 서정적인 노래이다.

용준형은 “나름의 분석과 통계를 해본 결과, 비스트는 감정을 건드리는 곡으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더라. 차트와 수치를 보며 연구했다”며 “물론 이것 때문에 선택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강점이고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 발라드를 택했다”고 팀을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그의 연구는 정확했다. 마침 비가 오는 날이 잦아 ‘리본’은 음원차트 올킬을 석권했고, 발매 사흘이 지난 7일에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비스트의 5인도 곧 회사 재계약을 한다. 멤버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비스트로 계속 뭉쳐있을 것이며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음악을 들려드릴 생각”이라고 ‘해체설’을 불식시켰다.

원더걸스 예은(왼쪽부터), 혜림, 유빈, 선미 /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원더걸스 예은(왼쪽부터), 혜림, 유빈, 선미 /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 원더걸스 ‘밴드’


지난 5일 컴백한 원더걸스도 팀은 물론, 음악적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지난해 선예, 소희의 탈퇴를 알렸고 데뷔 당시 원더걸스 멤버였던 선미의 합류, 새 멤버 혜림 등으로 팀을 재구성했다.

4인조로 첫걸음을 뗀 원더걸스는 각기 다른 악기를 손에 쥐었다. 선미는 베이스 기타, 유빈은 드럼, 혜림은 일렉기타, 예은은 건반. 밴드로 탈바꿈했다.

생소한 나머지, 화제를 노린 ‘반짝 변신’이라고 내다봤지만 원더걸스의 뚝심은 굳건했다. 또 한번 밴드로 나왔고, 장르는 레게다. 여기에 줄곧 박진영의 곡으로만 활동을 했으나, 이번엔 순수 창작곡으로 음악적인 실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마침내 탄생된 노래가 ‘와이 쏘 론리(Why So Lonely)’이다. 선미, 혜림이 작곡가 홍지상과 의기투합해 만들었고, 유빈 역시 작사에 참여했다.

원더걸스가 데뷔 후 처음으로 시도하는 레게팝 장르에 한층 깊어진 감성을 녹여내 공개와 동시에 정상을 찍었고,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예은은 “그룹이 유지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각자 원하는 것들이 있고, 살고자 하는 방향이 있는 것”이라며 “선예와 소희 역시 각자의 길을 선택했고,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 인생의 타이밍이 있다”고 변화를 어른스럽게 받아들였다.

밴드 원더걸스의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원더걸스는 “(악기 연주는) 힘들고 어렵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이제는 없으면 안 되는, 애증의 관계이다. 다른 친구들의 음악을 들어야 합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악기에 대한 이해와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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