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딴따라’에서 여민주 역으로 열연한 채정안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딴따라’에서 여민주 역으로 열연한 채정안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괜히 ‘흥언니’가 아니었다. 도시적이고 시크한 외모와 상반되게 채정안은 옆집 언니 같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SBS ‘딴따라’(극본 유영아, 연출 홍성창 이광영) 종영 인터뷰차 만난 채정안과의 대화는 잠시도 끊이질 않았다. 거짓이나 꾸밈은 없었다. 시원시원했고, 호탕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말만 하지는 않았다. 질문을 경청하고, 곰곰이 곱씹은 뒤 말을 내뱉는 모습에서 데뷔 20년차의 내공이 덤으로 느껴졌다.

채정안은 ‘딴따라’에서 연기적으로 힘을 뺐다. 의지하고 싶은 ‘키다리 언니’로 10년간 짝사랑한 신석호(지성)와 딴따라 밴드를 지지하고 응원했다. 쿨하고 긍정적이었다. 부잣집 딸이나 남자 주인공의 짝사랑의 대상으로 도도하고 여성적인 매력을 어필했던 채정안의 색다른 변신이었다. 그는 지난해 SBS ‘썸남썸녀’에 출연하며 대중들과의 벽을 깨기 시작했다. ‘차도녀’가 아닌 유쾌한 ‘흥부자’의 발견이었다. 그 연장성산에서 ‘딴따라’는 채정안의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줬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 없는 채정안이었다. 그녀의 연기 인생 2막이 이제 막 시작됐다.

10. ‘딴따라’에서 연기적으로 힘을 많이 뺐다.
채정안 : 보통 작품 하나를 끝나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치는데, 이번 작품은 다르다. 에너지가 다 소진된 느낌은 아니다. 나는 서포터 역할이었다. 무대 위에서 날아 다닌 건 아니었다. 주로 야망이나 권력이 있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힘이 안 들어 갈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달랐다. 튀지 않아도 됐다. 자연스럽게 힘이 빠졌다. 오랜만에 힘을 빼고 연기 호흡을 맞춘 거 같다. ‘커피프린스 1호점’ 당시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에너지가 남아돈다. 다음 작품이 간절하다.

10. 지성의 ‘여사친(여자사람친구)’ 역할이었는데, 몸에는 잘 맞았나?
채정안 : 어색했다. (웃음) 그런데 살면서 꼭 이성이 아니라도 동성에게도 힘과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이제는 내가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나오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좋은 사람을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연기하면서 나도 여민주라는 친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성한테 부럽다고 했다. 나에게도 민주 같은 ‘키다리 언니’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 10년 동안 한 사람을 짝사랑한 역할이었다. 사랑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채정안 : NO! 감기나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민주의 사랑을 고민했다. 석호가 좋지만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민주는 모든 걸 가지고 있지만 딱 한 가지 석호를 가지지 못했다. 재벌 2세인 거를 숨기고 석호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어필하고 싶어 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배려했다. 작았던 거짓말이 점점 커졌던 것 같다. 메인 주인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섭섭한 기분이 들 정도로 민주의 감정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석호는 나이가 들어서도 자연스럽게 내 옆에 있을 이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백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딴따라’에서 여민주 역으로 열연한 채정안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딴따라’에서 여민주 역으로 열연한 채정안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10. 대신 9살 연하 이태선과의 러브라인이 있지 않았나.
채정안 : 찍으면서 부끄러웠다. 사실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는 러브라인이 없었다.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작은 선물처럼 다가왔다. (웃음) 이태선이 연기가 처음이었는데, 정말 잘했다. 여자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킬 수 있는 미소를 지녔다. 생각보다 많이 부끄러웠다. 이태선이 “제 무기는 어리다는 것 아니냐. 기다리는 것은 자신있다”고 고백을 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말해주는 남자가 있다면 정말 달콤할 거 같더라.

10. 이태선은 ‘딴따라’가 첫 작품이었다.
채정안 : 굉장히 유연한 배우였다. 몸이 이완돼있는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준비가 많이 된 친구였다. 드라마 종영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있던 친구가 이태선이었다. 앞으로가 더 많이 기대되는 배우다.

10. 다음 작품은 연하남과의 본격 멜로도 좋을 것 같다.
채정안 : 절절한 로맨스를 하고 싶다. 그런데 꼭 남녀의 로맨스가 있는 건 아니다. 극 중 이태선이 아들에 대한 부성애를 표현했다. 그 역시도 사랑이다. 나에게도 모성애가 나올 수도 있는 거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보니까 표현의 절제가 많았다. 그런데 소리도 지르고 싶고 화도 막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다 자기가 가지지 못한,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이나 갈망이 생긴다. 도전해보고 싶다. 두렵기도 하지만, 그 두려움을 깨보고도 싶다.

10. 짝사랑한 지성과의 호흡은 어땠나?
채정안 :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돼 주고 싶었다. 사람이 너무 선하다. 보양식이 있으면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친구였다. 가지고 싶은 선배이기도 했다. 딴따라 밴드를 보면서 ‘너넨 럭키한 줄 알아’, ‘이런 선배 못 만나’라고 말했다. 사실 연기하면서 자기 거하기도 바쁜 사람이 많다. 지성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랑 연기할 때는 조금이나마 쉼터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했다. 그런 마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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