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가수 정진운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진행된 맥시싱글 ‘윌(WILL)’ 쇼케이스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가수 정진운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진행된 맥시싱글 ‘윌(WILL)’ 쇼케이스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정진운의 본격적인 록밴드 인생이 시작됐다.

정진운은 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웨스트브릿지홀에서 맥시싱글 ‘윌(Will)’ 발매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신곡 무대를 처음 선보였다. 앨범은 이날 정오 주요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정진운은 광이 나는 소재의 핑크색 수트를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올라 익숙하게 기타를 잡은 그는 발라드 가수를 벗어나 록밴드 보컬로 완벽 변신한 모습이었다. 그는 “음반은 제 이름으로 나왔지만 무대에는 ‘정진운 밴드’로 오를 것”이라며 밴드 멤버들을 한 명씩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꽃잎 떨어질 때’ 무대가 펼쳐졌다. 그는 자연스럽게 기타를 연주하며 폭발적으로 보컬을 쏟아냈다. 감성적으로 시작되는 도입부와 노래 후반부 펼쳐지는 강렬한 기타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았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서정성을 띄는 이 곡에 대해 그는 “평소엔 벚꽃이 예쁘지만, 비오는 날 차 앞유리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지저분해 보이지 않냐. 거기에 영감을 받아서 이별을 겪은 후 벚꽃마저 더럽게 보이는 남자의 시각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트릭키(Tricky)’ 무대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독성 있는 드럼 비트와 멜로디, 화려한 기타 사운드가 완벽한 삼박자를 이뤘다. 특히 이 곡에는 로커 신대철이 기타 피처링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곡의 후반부를 화려한 기타 솔로로 장식해 존재감과 몰입도를 높여줬다.

가수 정진운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가수 정진운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마침 정진운 밴드 기타리스트가 신대철과 친분이 있었고, 신대철 역시 정진운의 열정과 진지한 자세를 높이 평가해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정진운은 신대철의 연주에 대해 “따로 연주한 뒤 보내주셨는데 수정할 부분이 하나도 없더라.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극찬했다.

이어 그는 ‘트릭키’에 대해 “가사 내용이 달콤한 말로 여자를 유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악한 마음을 품고 여자에게 다가가는 남자의 이야기다”라며 “여자한테 받은 상처가 많아서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 후 버리려는 나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래 중간 들리는 (비)웃음 소리의 의미가 함께 설명됐다. 귀여운 이미지 속에 숨어있던 원초적 남성미가 자연스럽게 노출됐다.

타이거JK의 랩 피처링이 들어간 타이틀곡 ‘윌’의 무대는 교복을 입은 백댄서와 함께 진행됐다. 이날 볼 순 없었지만 음원에 포함된 타이거 JK의 랩에 대해 정진운은 “복고 느낌의 곡이다보니 당시 음악을 잘 아는 분이 필요했다. 타이거JK 씨가 적격이라 생각했고, 굉장히 꼼꼼하게 편곡에까지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이 또한 수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칭찬했다.

관람 포인트는 또 하나 있었다. 정진운은 ‘윌’ 무대를 통해 정체불명의 의상을 이해시켰다. 많은 이들의 놀림감이 된 통 넓은 바지는 허리를 비틀고 다리를 터는 그의 안무를 더욱 돋보이게 해줬고 레트로 풍의 곡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그는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노리고 만든 의상이 아니다. 보시는 분들이 ‘재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춤도 멋있게 잘 추는 춤이 아닌 진짜 흥겨워서 추는 춤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제 무대를 보면서 즐거우셨으면 했다. 그렇다고해서 웃기는 게 아니라 위트가 있는 무대가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가수 정진운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가수 정진운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그가 록 앨범을 발표하자 많은 이들은 ‘갑자기 왜?’ ‘새롭다’라고 반응했다. 하지만 정진운을 아는 이들은 ‘이제서야’라고 말했다. 그의 록밴드 인생은 앞서 충분히 예고됐기 때문. 어릴 때부터 록 음악을 즐겨 들은 그는 중학교때 교내 록밴드 활동을 했으며 발라드 그룹 2AM으로 데뷔한 이후에도 록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약 5년 전 그는 ‘걸어온다’ ‘지금이 아니면’ 등 록 장르의 싱글을 발표하고 ‘정진운 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바 있다. 특히 ‘지금이 아니면’은 윤도현 밴드가 직접 만들어준 곡으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3달이라는 짧은 밴드 활동을 마친 뒤 다시 2AM으로 돌아가 지난 2014년까지 활발히 활동했다. 지난해 JYP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종료된 후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정진운은 지난 5년 간의 회포를 풀듯 록 장르의 앨범 ‘윌’을 발표했다. 정진운은 전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해 음악적 역량을 발휘했다.

가수 정진운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가수 정진운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그는 “8년간 내 음악을 거절 당했다. ‘이 노래 해보자’고 말해준 건 미스틱이 처음이다. 다만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니 같이 만들어나가자더라. 내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감동 받았다”라며 고마움을 표한 뒤 “2AM 막내 이미지에 갇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한을 풀었다. 그런데 막상 내 음악을 시작하게 되니까 다른 스트레스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정진운은 “모든걸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고,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도 항상 있었다. 이제 앨범이 나와서 후련한데 어제까지만해도 의상, 음향 등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고 덧붙여 깊은 음악적 고민이 뒤따랐음을 밝혔다. 다시 기타를 집어든 그의 진지한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네 음악을 믿고 끝까지 가라”. 미스틱으로 떠나는 정진운에게 그의 롤모델 박진영이 던진 조언이다. 그는 박진영의 말대로 자신을 믿고 록밴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됐다. 그가 공들여 펼쳐보인 ‘윌’은 그의 정체성과 색깔을 그 어떤 말보다 확실하게 표현해냈다. 더불어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낸 그의 실력이 설득력까지 더했다. 이제 2AM의 귀염둥이 막내 정진운은 잊어도 좋다. 단 3곡에 담긴 정진운의 제2막을 눈과 귀로 즐겨보자.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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