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가수 조영남 / 사진=텐아시아 DB
가수 조영남 / 사진=텐아시아 DB
화가로 활동해 온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의 화투 소재 그림이 ‘대작(代作)’ 논란에 휩싸였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6일 조영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속초에서 활동하는 무명화가 A씨가 지난 2009년부터 8년 동안 조영남의 그림 300여점을 대신 그려줬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A씨는 조영남에게 의뢰받은 작품의 90% 이상을 그려줬고, 나머지 10%를 덧칠한 뒤 사인을 넣어 조영남의 작품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A씨가 그린 그림은 고가에 판매됐다. A씨는 그림 1점당 조영남에게 10만 원 안팎의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A씨의 주장이 맞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조영남 측은 A씨의 주장에 황당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A씨가 조수로 활동한 것은 맞으나 말 그대로 부분적으로 도움을 주는 보조를 했을 뿐이지 그림을 완성해서 제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화가들에게도 보조 역할을 하는 문하생들이 있듯이 보조로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대작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이 드러났다. ‘대작은 미술계에서 흔하게 이뤄지고 있는 관행’이라는 의견과 함께 ‘어찌됐든 남의 손을 빌려 그림을 그린 것 아니냐’는 주장으로 엇갈린 것. 문화 비평가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6일 자신의 SNS에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이라며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된 관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핵심은 콘셉트”라며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대중의 과념은 고루하기에 여론재판으로 매장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한 화가는 일이 터진 뒤 텐아시아에 “보통 유명 화가나 미대 교수 같은 경우는 대작을 많이 한다. 조수, 어시스트라고 불리는 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화가의 작업실에서 그들의 지시 아래 돕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 그대로 보조라면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그림을 완성해서 보내는 건 어시스트의 개념은 아니다. A씨의 주장만 듣고는 판단 할 수 없는 문제다. 검찰 조사까지 들어간 만큼 미술업계도 이번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작이 일반적인 업계 관행이라고 해도, 이번 일 자체가 조영남의 그림인 줄 알고 구매했던 이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길 수밖에 없다”면서 “화가로서 조영남의 명예가 실추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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