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기억’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기억’ 방송화면 캡처
tvN ‘기억’ 최종회 2016년 5월 7일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다섯줄 요약
이승호(여회현)는 자수를 하고 박태석(이성민)과 나은선(박진희)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인다. 이찬무(전노민)는 승호를, 황태선(문숙)은 찬무를 보호하기 위해 여전히 진실을 왜곡하려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15년 전 신영진(이기우)은 욱해서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었고, 권명수(정영기)의 무죄와 사건의 진범을 밝히기 위해 태석은 알츠하이머 증상에도 마지막 힘을 낸다. 권명수는 무죄를 선고받고, 신영진은 체포된다. 모든 진실을 밝힌 태석은 기억을 점점 잃어가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시절을 보낸다.

리뷰
마지막 회는 군더더기 없이,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했다.

복수가 아니라 진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강현욱(신재하)의 살인죄까지 덮어쓰려는 승호에게 “진정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은 죄책감을 짊어지고 있는 힘껏 살아라”고 태석은 외친다.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지만, 동우는 너에게 희망이길 바란다”고 은선이 승호에게 한 엄청난 깊이의 용서는 뭉클하고, 멋졌으며, 진짜 어른 같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전히 잘못된 방법으로 자식을 보호하려는 이찬무, 황태선의 모습은 처참할 뿐. 자수를 한 승호를 두고 ‘희생’이라는 미명으로 자신의 죄를 덮으려던 황태선, 희망슈퍼 살인사건의 진범이 신영진임이 밝혀지며 위기에 처하자 모든 상황을 어머니에게 떠안으라고 종용하는 아들 이찬무의 모습은 끝까지 씁쓸함을 안겨준다.

‘아직 우리 사회에 희망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피고인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희망슈퍼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15년을 억울하게 감옥에서 보낸 권명수에겐 달리 해석될 ‘희망’이라는 말의 참 의미를 되새겨준 태석의 마지막 변론은 희망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존재해야함을 말한다. 절망의 끝에서 시작한 새 삶, 그 안에서 기적 같은 존재들과 새로운 희망을 태석이 가졌던 것처럼 잊고 있던 진실의 힘,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희망은 아직 있다는 것까지.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드라마 ‘기억’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불행.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절망의 끝에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석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절망했던 그가 맞이한 새로운 삶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보여준 이 드라마의 마지막 인사 ‘끝은 곧 희망입니다, 있는 힘껏 행복하세요’라는 자막까지. 한 회 한 회, 매 순간, 매 사건을 촘촘히 이어가며 마지막에 주제를 힘있게 드러내는 김지우 작가 특유의 미괄식 구성이 빛을 내고 있었다. 각박하고 삐뚤어진 세상, 수많은 형태의 칼에 상처가 나 병들어 있는 우리 사회에 조금이나마 안심, 따뜻함을 안겨주는 ‘기억’만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시원하고, 따뜻한 결말에 그저 허구일 뿐이라고 냉소하지 않기를. ‘기억’하는 모든 순간은 기적이고, 그 안에 희망이 있다.

수다포인트
– 박변호사 사무실 화분에 쓰인 ‘돌팔이’ 다들 보셨나요?
– 아버지 손에 이끌려 탄 엘리베이터 장면. 소리 내어 부르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부른 ‘아버지’, 태석의 일그러지는 얼굴에서 무너졌습니다.
– 시청률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는 명품 드라마,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김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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