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한국안무협회 홈페이지
한국안무협회 홈페이지
# 아이돌의 컴백 과정을 떠올려보자. 컴백일자를 확정하고 나면, 앨범 재킷 이미지,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트랙리스트 등이 차례로 공개되며 컴백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자연스레 타이틀곡 작사가와 작곡가에 관심을 가진다. ‘히트메이커’나 ‘유명 프로듀서’라는 수식어로 곡을 홍보한다. 트랙리스트에도 그들의 이름이 채워진다. 그러나 퍼포먼스에 대한 언급은 포인트 안무나 안무 영상 공개만 있을 뿐, 안무가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외국 유명 안무가가 참여할 경우, 종종 안무가의 이름이 보일 뿐이다.

#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시아 투어, 월드 투어, 북미 투어, 남미 투어 등 가수들의 투어 소식은 이제 정상급 가수들의 통과 의례가 됐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각국 팬들의 댄스 커버 영상이 넘쳐난다. K팝의 인기 비결 중 하나인 퍼포먼스(안무)의 영향력이다. 싸이 ‘강남스타일’ 말춤, 카라 ‘미스터’ 엉덩이춤 등 노래를 상징하는 퍼포먼스가 탄생되기도 한다.

K팝 발전에 따라 아이돌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이 늘었다. 실용음악학원도 따라 늘었다. 아이돌 그룹의 안무를 가르치는 방송 댄스 학원이나 다이어트 교실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안무를 영리적으로 사용하는 사업자들은 점점 늘어나는데, 안무의 저작권은 어디에 있을까.

아이돌 안무에도 저작권이 있다. 2014년 6월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안무협회가 안무가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나섰다. 법적 준비 과정과 저작권 등록 절차를 거친 뒤, 이달 역사적인 첫 분배를 마쳤다. 음악뿐만 아니라 퍼포먼스도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받는 첫 발을 디딘 것이다.

그동안 K팝 안무는 무분별하게 사용돼 왔다. 팬들의 커버 영상이나 길거리 게릴라 공연 등 비영리적인 사용은 물론 환영받는 일이지만, 일부 학원 등 영리적인 목적으로 안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일이 문제가 됐다. 음악의 경우,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안무는 관련 시스템이 미비했다. K팝 인기에 있어 퍼포먼스가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안무가의 창작물은 그저 소비되는 것에 그쳤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안무협회가 나섰다.

한국안무협회는 매달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하면, 협회에 등록된 안무들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일종의 로얄티 방식이다. 방송에서 안무를 사용하는 경우, 횟수를 세서 그에 맞는 저작권료를 지불한다. 카운팅 방식이다.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MOU 체결을 준비 중이며 신탁 협회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한국안무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된 저작물을 검색할 수 있으며 관련 법규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관련 게시판이 마련됐다.

안무저작권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창작물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를 찾기 위한 출발이다. 박상현 한국안무협회장은 “우리의 것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며 “안무가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권리에 대한 공감대와 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안무 창작자의 권리와 이익 보호와 저작권 시스템 정립, 그리고 대중에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음악에만 저작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안무에도 저작권이 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한국안무협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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