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인디아블로그2
인디아블로그2
인도는 흔히 오래된 나를 비우고, 새로운 나를 찾는 청춘의 여행지로 여겨진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갠지스강, 인도에서 기원된 불교부터 힌두교, 이슬람 등 여러 종교의 만남 등 인도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는 ‘신비의 땅’이다. 이러한 연유로 인도는 배낭여행자들이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성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바로 이 인도를 여행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인디아 블로그’라는 같은 제목을 가진 다른 내용의 두 가지 스토리가 관객과 만난다는 점에서 독특한 형식을 가진다. 사랑을 찾아 떠난 남자 혁진(전석호)과 사랑을 잊은 남자 찬영(박동욱)이 청춘을 말하는 시즌1, 그리고 여행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대학생 승범(임승범)과 여행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인디가수 다흰(김다흰)이 사랑을 노래하는 시즌 2가 ‘인디아 블로그’라는 같은 제목, 전혀 다른 이야기로 관객과 소통한다.

이 중에서도 시즌 1은 원년 멤버 박동욱과 전석호의 귀환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 공연을 위해 다시 한 번 인도여행까지다녀와 새로워진 ‘인디아 블로그’를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스토리는 간단명료하다. 두 남자가 인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이야기다. 늘 밝고 쾌활한 두 남자는 사실 각자 사연이 있다. 찬영은 자신을 떠나버린, 그러나 권태기 중이라고 믿고 싶은 여자친구 성은을 찾아, 그리고 혁진은 4년 전 불같은 사랑을 추억하며 인도에 왔다. 두 사람의 여행은 시작부터 쉽지 않다.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나 여행 메이트가 된 두 사람의 인도 여행은 늘 엉망진창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더 신나고 흥미롭다. 혁진과 찬영의 좌충우돌 고군분투 청춘들의 여행기는 무대 뒤로 흐르는 박동욱, 전석호의 실제 인도 여행 영상과 만나 실제 블로그 포스팅을 보는 듯한 기시감까지 준다.

원년멤버 전석호와 박동욱의 연기력은 말이 필요없다. 더욱 끈끈해진 호흡을 보여주는 두 사람은 시종일관 넘치는 에너지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각자의 이유로 인도를 찾은 찬영과 혁진이 된 박동욱과 전석호는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만큼 완벽한 청춘의 얼굴로 무대를 누빈다.

무엇보다 이 극의 가장 큰 미덕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공연장인 아트원시어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공연장으로 들어서자마자 관객을 맞아주는 환한 미소의 전석호, 박동욱 두 배우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관객들이 모두 자리에 앉을 때까지 두 배우들은 손님을 맞는 집주인처럼 편안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공연이 시작되는 것을 감지할 새도 없이 두 배우는 자신의 이름을 각각 이찬영과 신혁진이라고 소개한다. 어느새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전석호와 박동욱의 입담과 연기력에 어느새 관객들은 이들의 인도 여행에 빠져들고 만다. 혁진을 무작정 떠나게 만든 계기인 여자친구 성은과 두 사람이 인도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은 대부분 관객들의 몫이다. 전석호와 박동욱이 운좋게 순발력 좋은 관객에게 바통을 넘겼을 때, 예상치 못한 큰 웃음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한바탕 웃고 난 후엔 어디론가, 특히 인도로 떠나고 싶다는 말이 기침처럼 튀어나온다. ‘인디아 블로그’가 ‘여행 조장 연극’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은 아닐터다. 과연 인도로 떠나면 무엇이 보일까.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인생의 질문과 해답은 거기에는 있을까. 두 배우와 관객들이 완성하는 인도 여행기의 여운은 잔잔하지만 깊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 공연 시간 100분. 오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3관.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연우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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