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드라큘라
드라큘라
“김준수 배우는 독특한, 비교하기 힘든 목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자기의 목소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26일 열린 뮤지컬 ‘드라큘라’ 프레스콜 현장. 날카로운 질문에 취재석에 일순 긴장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자칫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질문. 김준수는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뮤지컬이라고해서 정형화된 창법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제 목소리가 가요를 할 때에도 독특하다는 얘기를 항상 들었거든요.”

아이돌 김준수가 뮤지컬 배우 김준수로 인정받기까지, 그는 많은 편견과 싸워왔다. “아이돌은 노래를 못해.”, “가수가 무슨 연기를?” “창법이 너무 가요스러워.”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아이돌 출신이기에 김준수가 보여줄 수 있던 것들이 있다.
김준수
김준수
먼저 춤, 몸 연기이다. 수 년 간의 아이돌 경력으로 단련된 덕분일까. 김준수의 움직임은 날렵하다. ‘드라큘라’ 프레스콜 당시에도 김준수는 시연곡 ‘쉬(She)’의 무대에서 단상 위로 펄쩍 뛰어오르며 날랜 몸놀림을 보여줬다. 허리 높이만한 단상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잘 뛰고 잘 춘다는 것만으로, 그의 움직임을 특별하다 말하는 게 아니다. 김준수의 진짜 무기는 ‘다르게’ 뛰고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에 있다. 이를 테면 ‘드라큘라’에서 보여주는 그로테스크한 자세와 몸짓은 캐릭터의 성격을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노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확실히 김준수는 다른 배우들과는 사뭇 다른 톤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호불호도 많이 갈린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개성이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준수는 프레스콜 현장에서 “한 때는 나 또한 성악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고 갈팡질팡한 적도 있다”면서 “그런데 어떤 선배가 해준 말이 있다. 정말 많은 배우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김준수를 보러 오는 사람은 김준수만의 색깔을 기대하는 거라고. 만약 내 목소리로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그게 내 매력이 될 수 있으니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려 하지 말라더라”고 말했다.

결국 캐릭터다. 가수 출신이기에 혹은 아이돌 출신이기에 김준수가 얻을 수 있었던 것 말이다. 그리고 캐릭터의 독보성은 관객들의 충성도로 연결된다. 김준수만의 색깔이 뚜렷해질수록 그것을 원하는 관객들의 충성도는 높아진다. 물론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전제 하에 말이다.

그래서 김준수의 캐릭터는 매력적일까. 아마도 그런 모양이다. ‘드라큘라’ 김준수 회차의 높은 예매율을 보면 말이다. 김준수가 출연하는 ‘드라큘라’는 오는 2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서예진 기자 yejin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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