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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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마지막 회 2016년 1월 16일 토요일 오후 7시 50분

다섯줄 요약
선우(고경표)와 보라(류혜영)는 동성동본이라는 벽에 부딪히지만 사랑을 계속 이어가며 결혼에 성공한다. 정봉(안재홍)은 사법고시를 접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도전한다. 택(박보검)과 덕선(혜리)은 영화를 보던 중 열애설이 나게 된다. 겹사돈까지는 피하고 싶었던 택과 덕선은 사귀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하나 둘씩 쌍문동을 떠나게 되고 쌍문동은 조용한 동네가 된다.

리뷰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했던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쌍문동은 먼 친척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가족사진에 주저 없이 이웃사촌에게 손짓하는 성동일의 모습을 보면 이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어 보인다. 마지막화가 오기까지 ‘응답하라 1988’의 제작진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가족의 이야기뿐만 아닌,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의 정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하나 둘씩 쌍문동을 떠나게 되는 쌍문동 식구들의 모습에 괜히 코끝이 시큰해진다.

행복이 다가오기 전에는 항상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하필이면’ 어째서, 꼭 선우는 보라여야 했고, 보라는 선우여야 했을까. 두 사람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인 동성동본. 스쳐지나가는 마음이 아닐까 선우를 설득하는 선영에게 선우는 보라와의 비밀스러웠던 6년의 사랑을 말했다. ‘6년’이라는 시간, 똑부러지는 보라와 선우. 선영을 설득한 무성의 말처럼 부모는 자식을 이길 수 없었다.

역사책이 스포일러 인 것은 비단 사극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응답하라1988’은 1990년대를 이야기하기에 과거가 스포일러가 된다. 그러나 사극과 다르게 ‘응답하라 1988’의 스포일러는 꽤 재밌는 소재처럼 회자된다. 방송 이전부터 동성동본 폐지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 추측하기 힘들었던 덕선이의 남편 탓일까. 쉽게 추측 가능한 보라와 선우의 미래는 시청자들에게 흥밋거리처럼 느껴진다.

어릴 적 읽던 신데렐라의 영향인지, ‘계모’는 꽤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한다. 이처럼 ‘계부’로서 무성은 선우와 호의적이지 못한 시작을 했다. 결혼을 했기에 철이 들었던 탓일까. 보라와의 오랜 연인생활로 생각이 깊어진 것일까. 선우는 무성의 이름이 적힌 진짜 청첩장을 무성에게 건넸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친한 친구의 아버지에서 나의 아버지가 된 무성. 진심이 담긴 둘의 모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계부’의 이미지를 탈바꿈 할 만큼 아름다웠다.

천재라는 타이틀 덕일까,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사랑을 할 것 같았던 택. 그러나 사랑해라는 말에 녹아드는 모습과 회식에서 술을 먹으며 노는 덕선을 보며 화내는 택의 모습을 보면, 택의 사랑은 다른 남자들과 다름없어 보인다. 마지막에는 큰 반전 없이 택과 덕선의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전개. 19회동안 꼬고 복잡했던 러브라인을 바로 제시하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일까. 왠지모를 아쉬움이 가득 남지만, ‘응답하라 1988’은 쌍문동 자체만으로 충분히 따뜻했고 아름다웠다.

수다 포인트
-택 대리, 안전 운전합니다. (단, 주차시간이 길 수 있음)
-왠지 내가 쌍문동 동네주민이었던 것처럼 마지막회 너무 아쉽네요.
-어쩌면 진짜 메인커플은 선우랑 보라였을지도.

함지연 객원기자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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