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0일 16:2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밀리의서재, 3분기까지 흑자 행진...'플랫폼 IPO 잔혹사' 끊어낼까
독서 플랫폼 업체 밀리의서재가 올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흑자를 달성했다. 카카오톡 블랙아웃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수익성을 무기로 흥행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밀리의서재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정정 신고서를 통해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3분기 매출은 124억원,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상반기에 이어 흑자를 거뒀다. 상반기 영업이익 10억원보다 흑자 폭은 더욱 커졌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35억원,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매출은 289억원, 영업손실은 125억원이었다. 올해 광고 집행을 효율화에 집중해 지난해 대규모 마케팅에 따른 비용이 절감된 효과다.

지난해 9월 KT그룹에 편입된 이후 계열사 시너지 효과로 가입자 수도 빠르게 늘어났다. 밀리의서재는 올해 2월 KT와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고 요금제와 구독권을 결합한 상품을 내놨다. 지난해 말 418만명이었던 누적 회원 수는 올해 8월 기준 547만명으로, 같은 기간 39만명이었던 구독자 수는 91만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업계는 밀리의서재가 10월 말로 예정됐던 공모 일정을 11월 초로 미룬 것도 이같은 실적 상승세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밀리의서재, 3분기까지 흑자 행진...'플랫폼 IPO 잔혹사' 끊어낼까
업계는 밀리의서재가 흑자 전환에 성공했어도 흥행을 장담하긴 어렵다고 전망한다. 올해 상장에 도전한 다수의 플랫폼 기업들이 증시에서 외면당했다는 점에서다. 토종 앱스토어 원스토어는 수요예측 이후 흥행 부진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고 쏘카는 공모 과정에서 공모가를 희망 범위보다 낮췄음에도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33% 낮은 수준에 형성됐다. 새벽배송업체 컬리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등 대어급 플랫폼 기업은 섣불리 상장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척도가 되는 미래 실적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밀리의서재는 2023년 매출 741억원, 영업익 12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1860억~2163억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예상 실적보다 내년에 매출은 두 배 이상, 영업익은 네 배 가량 늘어난다는 가정 아래 공모가를 산정한 것이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쏘카도 분기 흑자를 내세워 공모에 나섰지만 결국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추락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라며 "밀리의서재가 흑자 전환을 계기로 2000억원 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