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7일 09:25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부도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국내 연기금·공제회와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위워크는 국내에서 기관들이 보유한 빌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임대해 개인이나 중소기업 등에 재임대를 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다. 기관들은 위워크 미국 본사가 최종적으로 부도가 날 경우 위워크코리아가 임대한 오피스로부터 나오는 임대료 회수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리한 사업 확대로 위기 맞은 위워크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빌딩(옛 대우빌딩)과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종로타워 등 위워크에 건물을 임대해 준 일부 기관과 개인들은 위워크 본사의 채무불이행이 위워크코리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법률 검토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 기관은 위워크 부도가 미칠 직·간접적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위워크가 국내 빌딩 임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위워크는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과 부산 등에서 20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서울 사대문 도심, 강남, 여의도 등 요지에 빌딩 전부 또는 일부를 10~15년 가량 임차해 개인과 중소기업 등에 재임대해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다.

서울 강남 지역의 이면도로 빌딩은 전체를 임차하지만 대형 랜드마크 빌딩은 일부를 임대하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 종로타워는 33개 층 가운데 33층 포함 8개 층을 위워크가 사용하고 있고, 여의도 HP빌딩 역시 지상 23층 건물에 7개 층을 사용한다. 서울스퀘어는 20개 임대 가능 사무공간 가운데 4개 층을 위워크가 쓴다.

위워크는 중국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등 각종 악재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애덤 노이만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상장을 앞두고 약 8000억원의 지분을 매각해 논란을 일으킨 끝에 지난달 축출당했다. 위워크는 미국 등에서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대출 조건으로 IPO를 통한 자금조달을 내걸었다. IPO가 무산되면 경영난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달초 이 회사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CCC+’로 강등시켰다. 외신에선 채권은행들이 대출 연장을 거부하고 위워크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파산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불안에 떠는 국내 기관

보험사와 연기금 등 사모펀드·리츠를 통해 건물을 소유한 기관투자가와 개인 건물주들은 위워크 채무불이행에 따른 파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도매 가격으로 싸게 임대해 소매로 재임대하기 때문에 위워크코리아는 임대공간의 60%정도만 입주시키면 손익을 맞추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워크는 서울 강남권에서 공실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고객들이 입주해있어 임대료 지불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비해 보유 건물에 공실이 많은 곳은 임대 공간이 축소될 경우 임대료를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위워크 본사가 임대료를 보증한다는 조항이 계약에 있을 경우 해외 채권자들이 본사 파산 시 한국 자산에 권리를 행사할 여지가 있는 점도 걱정거리”라고 전했다.

일부 국내 기관들은 위워크 본사가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내 신규 출점을 중단하고, 시설 등에 재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투자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져 장기적으로 공실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의 일부 건물주는 위워크를 상대로 추가적인 재무개선 없이는 고객을 입주시키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위워크가 당장 사업 철수나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기관이 많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위워크가 한국에서는 흑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더라도 위워크코리아는 다른 사업자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법률 검토 결과 위워크코리아는 유한회사이고 미국 법인의 직접 자회사가 아닌 제3국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출자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해외 채권자의 압류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