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 사진=텐아시아DB
배우 하정우./ 사진=텐아시아DB
배우 하정우를 비롯해 재벌가 자제 등에게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하고, 자신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원 병원장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19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성형외과 원장 김 모 씨와 간호조무사 신 모 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원장은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 성형외과에서 피부미용 시술 등을 빙자해 자신과 채 전 사장 등에게 148차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간호조무사 신 씨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하고, 불법투약을 감추기 위해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 김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지만, 별도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프로포폴에 중독된 것은 아니다"라며 "김 씨는 의료인으로서, 병원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 조무사 신씨 측 변호인도 "의료계 종사자로서 범행에 가담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다만 의료법위반 혐의, 진료기록부 은폐 등에 대해서는 다투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상습 투약자를 은폐하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진료기록부를 숨기는 등 마약류 투약 시스템에 허위보고를 올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특히 김씨 측은 "투약 횟수 등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며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사실과 다른 것은 바로잡아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고 합당한 처벌을 받고자 한다"며 다른 증인 신문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12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 이 병원 간호조무사 등 직원들을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또 14일에는 채 전 대표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배우 하정우가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하정우는 지난 2월 프로포폴을 배우 출신 친동생 이름으로 차명 투약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소속사 워크하우스 컴퍼니는 "얼굴 부위 흉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수면 마취를 시행했다"라며 "어떠한 약물 남용도 전혀 없었다. 수사기관이 사실확인을 요청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