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라미스>, 전쟁이라는 비극이 낳은 무지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힘센 엔터테인먼트사는 국방부라는 얘기가 있다. 배우와 가수는 물론 현직 아이돌까지. 국방부는 이제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군영화가 대부분이었던 시절을 지나 박효신-미쓰라 진이 복무하던 때에는 독특한 군가가 쏟아졌고, 2008년부터는 뮤지컬도 시작됐다. 1월 9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될 뮤지컬 <프라미스>는 2008년 강타의 <마인>, 2010년 이준기-주지훈의 <생명의 항해>를 잇는 세 번째 군뮤지컬이다.



뮤지컬 &lt;프라미스&gt;, 전쟁이라는 비극이 낳은 무지개





6.25 전쟁에 참여한 일곱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 <프라미스>에는 지현우, 김무열, 초신성의 윤학, 슈퍼주니어의 이특, 에이트의 이현, 정태우 등이 출연한다. 지현우는 우유부단한 성격에서 강한 군인으로 거듭나는 소대장 지훈 역을, 김무열은 사랑의 아픔을 겪는 상진 역을 맡았다. 이현은 시 쓰는 군인 이 선생으로, 정태우는 아버지 대신 전장에 뛰어드는 학도병 명수로 등장한다. 악극단 스타 달호 역의 윤학과 여자 많은 집에서 자란 미스김 이특은 어두울 수 있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군복바지를 둥둥 말아 올린 이특의 귀여움과 혼자만 민소매 차림으로 등장해 무술을 선보이는 김무열, 이현의 고음, 인민군 포로로 잡힌 후 광기에 사로잡힌 정태우 등 캐릭터별 특징도 눈에 띈다. 다만 전쟁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인식하더라도 캐릭터의 면면이 예측 가능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스토리의 한계를 감싼 음악과 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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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프라미스>는 수준 높은 음악과 안무로 이 장르가 ‘Musical’임을 분명히 한다. 2011년 뮤지컬 <셜록홈즈>로 작곡상을 휩쓴 최종윤 작곡가는 대극장 사이즈에 걸맞는 규모와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동요 ‘고향의 봄’이나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샘플링해 전쟁을 감성으로 바라보게 하고, 어쿠스틱한 기타와 현악기로 편곡된 병사들의 솔로곡은 전쟁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대극장이 처음이기는 김소희 안무가 역시 마찬가지.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생활밀착형 안무를 보여주었던 그는 <프라미스>에서 낮은 포복 등 전투자세를 이용해 독특한 안무를 선보인다. 때문에 보컬 없이 음악과 안무로만 이루어진 인천상륙작전 장면은 마흔 명에 달하는 배우와 수십 명의 스태프의 에너지가 모아진 <프라미스>의 하이라이트다. 넓게 퍼진 극장의 음향구조상 폭발적인 효과가 아쉽지만, 극은 희생과 의미를 거창하게 강요하기보다 병사들 개인의 사연에 집중함으로써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며 비극성을 강조한다. 비극이 낳은 일곱 빛깔 무지개, 일단은 하늘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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