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윤정희./텐아이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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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아내이자 배우인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백씨와 그의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진희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정희에게 10년 전 시작된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각해졌고, 딸의 옆집으로 옮겨 간호를 받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백씨는 아내의 간병을 도맡아왔지만 아내도 힘들어하고 도저히 둘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한국에서 머물 곳을 알아봤다고 한다. 하지만 알려진 두 사람이 조용히 머물 곳을 찾기 쉽지 않아 현재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요양하며 딸 진희 씨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윤정희 씨의 상태에 대해 백씨는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이다.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 하면 ‘알았다’ 하고 도착하면 또 잊어버린다”면서 뭘 하는지, 앙코르는 뭘 칠건지 등 같은 질문을 100번은 반복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백씨는 아내의 병을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접시에 약을 골라서 놓고, 먹을 걸 다 사와서 먹여주고 했다. 그 사람이 요리하는 법도 잊어서 재료를 막 섞어놓고 했으니까. 밥 먹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 먹자고 하는 정도까지 됐었다. 딸을 봐도 자신의 막내 동생과 분간을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내가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아무리 영화를 봐도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질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딸 진희씨도 “엄마는 본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병이라고는 인정하지 않으시는 상황이다. 두분 사이가 너무 각별했기 때문에 누군가 도와줄 틈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나를 못 알아볼 때가 정말 힘들었다. 내가 ‘엄마’ 하면 ‘나를 왜 엄마라 부르냐’고 되물었다”고 덧붙였다.

윤정희 씨의 가장 마지막 작품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다. 그는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시를 쓰는 할머니 미자 역을 맡았다. 백씨는 “그때 배우로서 자존심 때문에 출연했는데 긴 대사는 써놓고 읽으며 하고 그랬다. 그 뒤에도 하나 더 영화를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도 같이 보고 구상도 했는데 잘 안되더라. 상 받으러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희 씨는 어머니의 병을 밝히는 이유에 대해 “엄마는 요즘도 ‘오늘 촬영은 몇시야’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로 오래 살았던 사람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사람이다. 이 병을 알리면서 엄마가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사랑의 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지금 엄마에게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희 씨는 문희, 남정임과 함께 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며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다. 1965년 오디션을 통해 발탁돼 1967년 ‘청춘극장’로 데뷔했다. 1976년 백건우 씨와 결혼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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