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내기바둑판에 뛰어든 주인공 귀수의 조력자 똥 선생 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원.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내기바둑판에 뛰어든 주인공 귀수의 조력자 똥 선생 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원.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선혈이 낭자한 범죄오락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가 있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신의 한 수2)에서는 김희원이 그 역할을 한다. 그가 연기한 똥 선생은 관전바둑의 대가. 주인공 귀수(권상우 분)가 잔혹한 대국을 펼칠 때 옆에서 ‘웃음 훈수’를 두는 그가 숨통을 트이게 한다. 진지함과 코믹함 사이에서 수위를 조절하는 게 관건인데, 김희원은 그게 어려웠다고 했다.

“주인공 옆에 따라다니는 웃기는 애···. 그렇게 안 보이고 싶었어요. 상투적이고 까불기만 하는 ‘가짜 연기’로 만든 감초 캐릭터는 싫은데 나까지 진지하게 해버리면 영화가 너무 하드할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했던 영화들 중에 감독과 사전 미팅을 가장 많이 한 작품일 정도죠. 말 한마디가 안 나올 정도로 심한 목감기에 걸려서도 미팅에 나갔어요. 감독님과의 약속을 전화로 미루면 제가 안 하겠다고 결정한 것처럼 오해할 것 같아서요. 거절할 생각이었다면 그냥 전화로 다음에 보자고 했을 것 같은데,시나리오는 마음에 드는데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날름 거절하긴 아까웠던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똥 선생이 주는 또 하나의 웃음 포인트는 홍 마담(유선 분)과의 로맨스다. 밀당이 오가는 두 사람의 ‘썸’이 숨겨진 관전 포인트. 김희원은 이 영화에 출연한 데에는 멜로라인이 있다는 게 컸다고 했다.

“홍 마담과의 멜로는 좀 더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하하. 몇 번 티격태격하고 전화하고 바둑 한 판 두고… 둘의 로맨스 장면이 네 번 정도 나오는데 조금만 더 아기자기하게 이야기가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귀수와 함께 바둑 ‘도장 깨기’에 나서면서 홍 마담에게 똥차를 빌리잖아요. 편집됐는데, 그걸 빌릴 때도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한다는 뉘앙스가 느껴지거든요. 똥 선생 역할을 하기로 결심한 건 사실 멜로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진짜요. 하하. 멜로가 하고 싶었거든요.”

바둑은 실제로도 잘 아느냐고 묻자 김희원은 “아버지는 맨날 두시던데 나는 전혀 모른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나는 진득하게 앉아서 하는 건 안 맞다. 낚시도 기다리면서 인생을 낚는다는데 나는 못 기다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신 게임을 좋아한다는 그는 “나이를 먹어서인지 이젠 한두 판만 해도 어깨, 손목이 아프고 그러다 보니 효율이 떨어져 맨날 진다”고 말했다. 대신에 그는 취미 생활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연골 파열로 인해 수술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됐는데 수술 대신 운동으로 재활을 결심한 것이다.

“주위에서 수술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하고 저도 수술이 싫어서 운동으로 다리 근력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7월쯤부터 시작했는데 지금은 하루에 10km 정도 걷고 스쿼트 500개 정도는 합니다. 기왕 하는 김에 권상우가 돼 보자고 생각은 했는데 상우처럼은 못 할 것 같아요. 상우는 촬영장에 아령까지 들고 와서 밥도 안 먹어가면서 운동하는, 어마어마하게 노력하는 친구예요. 전 게으른가 봐요. 하하. 저도 저렇게 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나중에 어떤 영화에서 제가 상의 탈의를 했는데 제 몸매가 상우 같다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지 않겠어요? 이거야 말로 캐릭터 변신이니 연기자로서 욕심은 나죠.”

김희원은 “감독님이 매번 ‘진지하게’라는 디렉션을 주면서도 진지하게만 연기하면 오케이를 안 줬다. 살짝 장난기를 넣으면 그제야 오케이를 외쳤다”면서 웃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김희원은 “감독님이 매번 ‘진지하게’라는 디렉션을 주면서도 진지하게만 연기하면 오케이를 안 줬다. 살짝 장난기를 넣으면 그제야 오케이를 외쳤다”면서 웃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툭툭 내뱉는 듯한 화법과 애드리브인지 원래 대사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특유의 넉살스러움이 그가이번 영화에서 보여주는 매력이다. 김희원은 2010년 개봉한 영화 ‘아저씨’에서 “이거 방탄유리야!”라는 대사와 함께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악역에 적합한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악역으로 많이 기억해주시지만 사실 (착한 역할과) 반반 정도 했다. 악역을 했을 때가 더 깊은 인상을 심어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는 자기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배우가 자기의 색깔을 결정하진 못해요.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게 내 색깔이 되고 언론에서 말해주는 게 내 색깔이 되는 거죠. 저도 정우성의 색깔로 CF를 찍고 싶기도 한데… 하하. 절대 그렇게 안 되죠. 제가 정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악역의 이미지도 제가 정한 건 아니죠. 저는 선택을 당해 표현하는 일을 반복한 것뿐입니다. 제 색깔은 관객들이 결정해주는 거죠.”

김희원은 “이번 영화가 대박 나서 새로운 유행어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사람이 함께 기뻐하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자기가 잘 되고 싶어서 저런다고 해도 좋다. 그것도 맞다”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요즘 사회도 그렇고 즐거운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신의 한 수2’는 아무 생각 없이 시원하게 볼 수 있는 만화 같은 영화입니다. ‘시원하게 복수했네’라고 관객들이 느낄 수 있으면 됩니다. 보시고 그저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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