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허준호(왼쪽부터), 김혜수, 최국희 감독, 유아인, 조우진이 19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허준호(왼쪽부터), 김혜수, 최국희 감독, 유아인, 조우진이 19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IMF사태’로 불렸던 1997년 말의 경제위기. 한국 현대사의 분기점이 될 만큼 큰 사건이었던 이 위기 속에서 ‘세계경영’을 외치던 대우그룹은 무너졌고 종합금융사들은 줄줄이 파산했다. 바닥 난 외환보유액을 채우기 위해 국민들은 금 모으기로 나라 살리기에 나섰다. 누군가는 부도를 막기 위해 분투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말 시작된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서 각자의 위치와 신념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9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국가부도의 날’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최국희 감독과 배우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이 참석했다.

최 감독은 “IMF사태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 그 시대를 겪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격렬하게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각 인물이 절대적으로 각 계층의 대표가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시대를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한 데 대해서는 “약자를 대변하는 사람이 여성이라면 더 영화의 재미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진취적인 신념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혜수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김혜수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혜수는 국가 부도를 맡기 위해 분투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았다. 김혜수는 “한시현의 신념은 고루해보일 수 있지만,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한 그의) 진정성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극 중 한시현이 금융 전문가인 만큼 대사에는 어려운 경제 용어들이 많다. 김혜수는 “생경한 단어로 구성된 문장들이 많았다. 한시현의 생활 언어로 체화시켜 말해야 했기 때문에 경제 용어를 계속 연습해서 ‘나의 말’로 만들었다. 또 경제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고 말했다. IMF 총재와의 협상 테이블에서는 영어로 어려운 대사들을 소화해 낸다. 김혜수는 “영어 대사는 영어라서가 아니라 잘 쓰지 않는 단어로 이뤄져서 어려웠다. 우리말로 된 경제용어를 체화하는 것만큼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경제 위기를 예측하는 금융맨 윤정학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경제 위기를 예측하는 금융맨 윤정학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 /조준원 기자 wizard333@
유아인은 경제 위기를 예측하고 위기에 베팅하는 금융맨 윤정학을 연기했다. 그는 윤정학에 대해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자 같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현실적이다. 그래서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젊은 친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역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유아인에 대해 “생동감 있고 폭발력 있는 연기가 작품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동력이 된 것 같다”고 칭찬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평범한 가장 갑수 역을 맡은 배우 허준호. /조준원 기자 wizard333@
‘국가부도의 날’에서 평범한 가장 갑수 역을 맡은 배우 허준호. /조준원 기자 wizard333@
허준호는 경제 위기 속에서 회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가장 갑수 역을 맡았다. 허준호는 “당시 국민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며 “평범하게 살았던 국민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우진은 경제 위기를 역이용하려는 재경부 차관을 연기했다. 그는 “말투나 단어 선택이 거침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정치 관료가 가질 수 있는 우월감과 확신을 표현해내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인물만이 갖고 있는 신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조우진은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우리 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조우진은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우리 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조우진은 한시현 역의 김혜수와 의견 대립을 이루며 지속적으로 치고받는 연기를 선보인다. 김혜수는 조우진에 대해 “저력 있는 배우란 걸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매번 감탄하면서 호흡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에너지와 긴장감을 가진 배우다. 자기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와의 시너지까지 끌어낸다”고 칭찬했다.

유아인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영화에 참여했고, 또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우진은 “시대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건 영화만큼 강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있었던 일을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 이 영화의 묘미다.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가족들과 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수도 “많은 것을 환기할 순 없지만 좀 더 건강하고 유의미한 생각을 관객들과 나눌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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