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헌신적인 전업주부 수현 역을 맡은 배우 염정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헌신적인 전업주부 수현 역을 맡은 배우 염정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제 비밀이요? 비밀은 말할 수 없죠. 호호. 대중들은 모르는, 가족만 알고 있는 모습은 있죠. 그런데 집에서 그냥 주부고 엄마에요. 다른 엄마들처럼 장보러 마트를 돌아다녀요.”

누구나 ‘공적인 나, 사적인 나, 비밀스러운 나’가 있다는 영화 ‘완벽한 타인’. 영화에서 염정아는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전업주부 수현을 연기했다. 염정아는 “일을 하고 있지만 주부이고 아이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완벽한 타인’에서는 커플모임에 참석한 40년 지기 친구들이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휴대폰에 오는 전화와 메시지를 공개하는 게임을 벌인다.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며 평화로울 것 같았던 식사 자리는 좌불안석이 된다. 극 중 수현의 남편 태수(유해진 분)은 엄하고 가부장적이다. 여기에 세 아이를 돌보고 시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상황에서 수현에게 유일하게 힘을 주는 건 ‘문학’이다.

“수현처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이 실제로도 많을 거예요. 어머니 세대에는 흔했고, 제 세대에도 존재할 테죠. 그러나 수현은 남편이 그럴지라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어차피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으니 좋게 받아들이자’라고 생각해 버려요. 남편이 듣기 싫은 얘기를 할 때는 시를 읊는 것으로 탈출구를 찾는 거죠.”

염정아는 주부면서 엄마인 캐릭터에 공감하며, 웃긴 영화지만 보면서 많이 울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염정아는 주부면서 엄마인 캐릭터에 공감하며, 웃긴 영화지만 보면서 많이 울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염정아는 수현의 답답함을 보여주기 위해 단추를 목까지 채운 긴 원피스를 입고 모호한 길이의 헤어스타일을 했다. 이에 더해 남편, 집안 문제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터지면서 수현은 점점 한계치에 다다른다. 염정아는 “촬영도 거의 대본 순서대로 찍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진짜 수현의 감정이 쌓였다”고 했다. 수동적이던 수현이 마지막에 폭발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오죽하면 그랬겠느냐”고 캐릭터의 감정을 대변했다.

염정아를 내내 힘들게 하는 극 중 남편 역은 유해진이 맡았다. 촬영장에서는 ‘웃음’으로 염정아를 괴롭혔단다.

“리허설 할 때도 안 보여줬던 걸 갑자기 하니까 웃겨 죽겠더라고요. 감독님과는 사전에 어떤 애드리브를 할지 얘기한 것 같아요. 저는 대본에 있는 것만 하지 애드리브는 잘 못하거든요. 유해진 씨가 태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줬기 때문에 저도 수현을 제대로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인지도 알게 됐죠.”

염정아는 2006년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실제 남편과는 어떨까. 영화처럼 서로 휴대폰을 공개하느냐고 묻자 “신혼 초에는 가끔 남편 것을 몰래 보곤 했는데, 지금은 잠금 해제 패턴을 알고 있어도 별로 궁금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서로 되도록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10년 넘게 살면서 노하우가 생긴 거죠. 부부 관계를 오래 유지해 나가는 걸 같이 배워가고 있는 겁니다. 한 사람만 노력해서는 안 되죠. 어떻게 하면 부딪히지 않고 보듬어가면서 의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함께 그 지점을 찾아내야죠.”

일뿐만 아니라 내조와 육아도 최선을 다하는 염정아. 드라마 ‘SKY 캐슬’로 안방극장에서도 ‘열일’을 이어간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일뿐만 아니라 내조와 육아도 최선을 다하는 염정아. 드라마 ‘SKY 캐슬’로 안방극장에서도 ‘열일’을 이어간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는 전업주부지만 염정아는 워킹맘이다. 올해로 데뷔 28년째. 그가 주연을 맡은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첫 방송을 앞두고 있고, 영화 ‘뺑반’ ‘도청’ ‘미성년’도 선보일 예정이다. 연기 생활을 꾸준히 하면서도 내조와 육아까지 꼼꼼히 신경 쓴다. 병행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제 빈 자리를 안 만들려고 노력한다. 촬영이 끝나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가져가야 하는 준비물이나 해야 할 과제도 다 체크한다. 다음날 입을 옷까지 챙긴다”고 말했다. 그런 염정아의 탈출구는 무엇일까.

“일할 때가 가장 저 같고 행복합니다. 재주도 없어서 다른 것에 별로 흥미도 없어요. 일이 없을 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심심해요. 아직은 제가 신경 써야할 게 많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제가 챙길 게 없어질수록 더 그렇겠죠? 일하는 게 절실하고 재밌으니까 더 몰입하게 돼요.”

아이들이 크는 게 팬들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겠다고 농담하자 염정아도 싱긋 웃어 보였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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