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박해일(왼쪽부터), 문소리, 장률 감독/조준원 기자 wizard333@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박해일(왼쪽부터), 문소리, 장률 감독/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경주’ 등을 통해 꾸준히 공간을 다루던 장률 감독이 이번에는 군산으로 갔다. 배우 문소리, 박해일과 함께였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이하 ‘군산’) 얘기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군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장률 감독과배우 문소리, 박해일이 참석했다.

‘군산’은 오랜 지인이던 두 남녀 윤영(박해일)과 송현(문소리)의 이야기다. 각기 상처를 가진 이들이 군산으로 떠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일본식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는 특수한 도시 군산과 서울에 사는 주인공들의 시간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을 대표하는 다양한 군상들이 출연한다.

장률 감독은 “저번에는 박해일 씨와 경주에 한번 갔다왔다. 문소리 씨와도 어딘가를 가보고 싶었다. 군산에 가게됐다”면서 “원래는 (군산이 아니라) 목포를 떠올렸다. 목포에 있는 대학에 특강을 갔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일제시대의 흔적이 건물에 남아있고 정서적으로 공간 안에 작동하고 있는 느낌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장률 감독이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wizard333@
장률 감독이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wizard333@
장 감독은 “영화 ‘경주’ 후에 해일 씨와 자주 만나 술친구가 됐다. 여러 얘기를 하다 둘이 같이 목포에 가서 뭘 찍어보자 했는데, 시나리오 속의 민박집을 못 찾았다”며 “식민지 시대에 또 있는 공간이 있을까 해서 군산에 처음가게됐는데, 일본식 건물들이 더 많아 보였다”고 했다. 이어 “더 부드러웠다. 부드러움은 사랑과 관계되지않나. 문소리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이 어울리지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공간과 함께 공간을 경유하는 인물들의 정체성에 관심을 둔 듯했다. 서울과 군산 곳곳에서 일을 하는 조선족들의 모습이 그 예다. 장 감독은 “군산에 가보면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다. 요즘은 어딜가나 조선족이 다 남아있다”며 “중국, 일본, 한국 세 나라는 일상에서부터 얽혀있다. 이러한 관계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려고 영화를 만든 건 아니다. 이미 얽혀있는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상처를 가진 송현을 연기한 문소리/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상처를 가진 송현을 연기한 문소리/조준원 기자 wizard333@
문소리는 ‘군산’에서 돌아온 싱글이자 조선족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거리를 두는 송현을 연기한다. 문소리는 “송현은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뭔가를 정리하고 새로 시작해보고 싶어한다”며 “그래서 군산까지 여행을 떠났던 것 같다.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화 할 때,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이 캐릭터의 직업이 어땠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굳이 관객에게 설명하기 보다 영화에 나오는 대로 느끼시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문소리는 장률 감독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자신의 시선으로 표현한다. ‘이 공간에 이런 아름다움이 있었구나’하는 걸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느꼈다”고 했다. “화려한 비주얼과는 별개의 새로운 비주얼리스트”라고 표현했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전직 시인 윤영을 연기한 박해일/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전직 시인 윤영을 연기한 박해일/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해일은 시를 쓰다 말고 백수로 살아가다 송현을 만나게 되는 남자 윤영을 연기한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술에 취해 중국 시를 읊으며 춤을 추기도 한다. 이 장면에 대해 박해일은 “너무 어려워서 알코올의 도움을 약간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촬영이 끝나있더라. 어떤 병은 다 빈병이었다. 다시 찍을 수 없는 장면”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 감독은 박해일을 향해 “마음 속으로 춤을 추고 있는 사람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는 극 중 ‘찌질한 남녀’ 관계의 설정이 홍상수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문소리는 “홍상수 감독과 장률 감독은 관점과 시각이 너무 다르다”며 “촬영을 하면서는 전혀 홍 감독님을 떠올려 본적이 없었다”고 했다. 또 “외국 영화제에서도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워낙 홍 감독님 영화에 술먹는 장면이 많아서 초록색 소주병만 봐도 홍상수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시더라”라고 덧붙였다.

‘군산’에는 배우 문숙을 비롯해 박소담, 정진영이 출연한다. 한예리, 정은채 등도 짧게 출연해 힘을 보탠다. 내달 8일 개봉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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