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배우 양혜지./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양혜지./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누가 저를 배우라고 부르면 ‘제가요?’ 이렇게 되묻게 돼요. 배우라는 타이틀을 몸에 못 붙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낯설고 실감이 안나요. 그래서 진짜 배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부잣집 아들’에서 남태일(이규한)을 짝사랑하는 박서희를 연기한 배우 양혜지의 말이다. 웹드라마 최초 1억 뷰를 달성한 ‘전지적 짝사랑 시점’ 시리즈와 tvN 단막극 ‘직립보행의 역사’ 등 짧은 콘텐츠에서 활약한 양혜지는 ‘부잣집 아들’로 지상파에 데뷔했다. 6개월 넘게 방영된 100부작 드라마에서 열연했다. 비중은 작지만 태일을 향한 순수하고 뜨거운 연정이 눈길을 끌었다.

전작과는 다른 긴 드라마가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양혜지는 “더 하고 싶다”며 웃었다.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주위에 만날 사람들이 많아진 점이 좋다고 했다.

“사람들이랑 정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끝나고 나서는 길다는 생각보다 아쉬워서 더하고만 싶었어요. 긴 드라마라서 특별히 힘든 건 없는 것 같아요. 짧든 길든 힘든 건 똑같았어요. 다만 드라마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게 좋았습니다. 촬영 이후 (홍)수현 언니와 자주 만나게 돼 기뻐요.”

양혜지의 데뷔작은 2016년 공개된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2′(이하 ‘전짝시2’)다. 부잣집 아들’에서처럼 이작품에서도 짝사랑을 했다.

“한번은 ‘전짝시’ PD 님께 ‘제가 짝사랑 할 것 같은 이미지인가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냥, 고생시키고 싶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부잣집아들’의 서희도 생각보다 더 힘든 짝사랑을 했어요. 이규한 선배와 함께 ‘왜 태일이가, 서희가 여기까지 왔을까’라고 대화하며 연기했습니다. 짝사랑을 하면 혼자 숨기고 사랑하는 인물들이 많은데, ‘전짝시’의 혜지(양혜지)나, ‘부잣집 아들’의 서희나 굳이 숨기지 않고 표현해서 좋았어요.”

학창 시절 체호프 원작의 연극 ‘갈매기’를 보고 연기를 시작한 양혜지는 ‘부잣집 아들’ 촬영 후 복학했다. 현재 연기예술학과 재학생이다. “연기만큼이나 학교를 사랑한다”는 그는 “”부잣집 아들’을 촬영하면서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친구들과 땀 흘리면서 촬영하고, 조명도 없어서 손전등을 켜는 상황들이 그리웠어요. 또 사랑을 비롯해 아직 체험하지 못한 부분을 채우려고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책도 좋아해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는 충격을 받았어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나게 말하는 양혜지의 모습은 자신이 연기해온 캐릭터들과 닮아 보였다. 이에 양혜지는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얼른 말해버리는 모습이 닮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사실 나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싸워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흘러가는 대로 사는거지’ ‘굳이 싸울 일이 아닌데?’하고 넘어가는 편인데, ‘부잣집아들’ 속 서희는 ‘넘어가도 될 것 같은데, 싸우네?’ 하는 게 있었다. 표출할 수 있는 연기가 즐거웠다”고 했다.

양혜지는 “‘부잣집 아들’을 촬영하면서 연기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양혜지는 “‘부잣집 아들’을 촬영하면서 연기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양혜지는 ‘전짝시2’ 흥행의 주역이었다. 시즌2에서 양혜지가 처음 등장한 ‘술의 신’ 편은 공개 당시 페이스북에서 천만 뷰를 넘겼다. 술에 취한 양혜지가 맥주를 사며 편의점 알바생의 번호를 따는 3분짜리 짧은 영상이었다. ‘전짝시’의 이나은 PD는 한 인터뷰를 통해 “”전짝시’를 확실히 알린 영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기를 모은 ‘전짝시’는 책으로도 만들어졌고, 특별판도 제작됐다. 양혜지는 특별판에서 배우 박보검과도 호흡을 맞췄다.

지상파 데뷔 전부터 다양한 경험을 한 양혜지는 “당장은 ‘로코’를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더불어 “벼랑 끝에 내몰린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버킷리스트’다.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하며 그를 이해하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연기를 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는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공감을 하는 사람끼리 만나면 소중한 일이 일어날 것 같거든요. 가장 무서워하는 상황은 제가 더 이상 타인에게 공감할 수 없게 되는 때예요. 냉혈인처럼 모든 일들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밥 먹고 일하고, 내가 해야 하는 일만 착착하고, 그러다 사회나 세상을 돌아볼 기회조차 없게 될까봐 겁이나요. 어떤 상황이 그렇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제가 그렇게 되면 조금 슬플 것 같아요. 사람은 행복할 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제 연기가 약간의 행복감이라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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