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채널A ‘열두밤’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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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고 촉촉하다. 무엇보다 마음이 움직인다. 자극적이고, 그 누구도 대변하지 못하는 드라마에 지쳐 있었다면 보고 나서 깨끗이 세수한 기분이 들 법 하다. 채널A가 6년 만에 내놓은 새 드라마 ‘열두밤’ 얘기다. 지난 12일 첫 방송에서는 각각 뉴욕과 일본에서 와 서울이 낯선 두 주인공의 여행과 고민이 천천히 얽혔다. 익숙하지만 낯선 서울을 배경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예고했다.

‘열두밤’은 뉴욕에서 사진을 전공하는 현실주의자 한유경(한승연)과 도쿄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무용가의 꿈을 꾸던 낭만주의자 차현오(신현수)의 이야기를 담는다. 두 사람이 2010년, 2015년, 2018년 세 번의 여행을 하는 동안 모두 열두 번의 날을 함께 보내게 되는 여행 로맨스다. 첫 회에서는 2010년의 두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어두운 표정으로 서울에 도착한 뒤 우연히 만나는 과정이 펼쳐졌다.

채널A ‘열두밤’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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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한유경은 네팔로 사진 워크숍을 떠나는 도중 면접 탈락 통보를 받았다. 전 남자친구 권기태(김범진)가 유경 몰래 면접자에게 잘 봐달라는 부탁을 했기 때문. 이를 알게된 유경이 기태에게 “사과하라”고 했지만, 그는 “도와준 걸 사과하라는 거냐”고 억울해했다. 유경은 면접자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오해하지 말라. 기회를 받아도 떨어졌을 것. 너의 실력은 거기까지”라고 말했다.

상처를 받은 유경은 네팔로 가는 대신 경유하고 있던 한국에 남아있기로 했다. 일행에서 이탈한 뒤 몰래 빠져나온 유경. 무거운 짐가방과 함께 혼란스러운 마음 때문에 버벅거렸고 급기야 지갑을 잃어버렸다. 다행히 게스트 하우스 ‘해후’의 친절한 주인장 이백만(장현성)의 차를 얻어 타고 친구 강채원(이예원)의 집으로 갔다.

채널A ‘열두밤’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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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편하게 쉴 수 있을 줄 알았던 채원의 집에 외국인 남자친구가 등장했다. 이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온 유경은 출사를 시작했다. 별 소득없이 버스에 올라탄 유경. 그는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황급히 버스에서 내리느라 카메라를 두고 내렸다.

한편 도쿄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던 도중 갑자기 한국으로 떠나온 차현오. 그는 게스트 하우스 해후에 손님으로 머무르게 됐다. 여행을 시작한 차현오는 버스에 탔다. 이어 서울에 사는 이들과는 달리 카드 대신 현금을 내는 이방인 유경을 보게 됐다. 옆자리에서 울고 있는 그에게 손수건을 내밀었지만 외면당했다. 이후 유경이 두고 내린 카메라를 차현오가 건네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채널A ‘열두밤’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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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번에 걸친 ‘여행 로맨스’인 만큼 한승연과 신현수의 담백한 케미가 예고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첫 회에서 돋보인 것은 기존의 여주인공과는 다른 ‘한유경’이라는 캐릭터와 그의 감정이었다. 항상 긴장한 표정의, 무언가 골똘하게 고민하고 있는 듯한 한유경은 마냥 밝거나 감정이 과잉된 드라마 속 인물과는 달리 현실 어딘가의 여성과 가까웠다.

제 몸보다 큰 짐가방을 들고 다니며 꿈과 재능 사이에서 고민하고, 자신을 존중이 아니라 ‘보호’하며 통제하는 전 남자친구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무거운 마음과 함께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한국에 도착한 유경. 극 후반에서 그는 짐을 내려놓은 채 달리기 시작했다. 부담감을 안고 사진을 찍던 유경이, 낯선 도시 서울을 배경으로 거리낌없이 춤을 추는 차현오를 보면서는 카메라에 자동으로 손이 갔다.

거듭된 우연 속에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만, “다음에 만나면 이름 정도는 물어봐도 되겠죠”라며 부담을 덜어주는 남자주인공 차현오도 매력적이었다. 이밖에도 시를 쓰다 방송작가로 전향한 유경의 친구 채원의 사연, 북촌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리(예수정) 등의 인물도 특별했다. 특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여성 사진작가 이리가 우연히 사진관으로 들어온 유경에게 “둘러보라”고 권하고 그의 손에 쥔 카메라를 보고는 “무슨 사진 찍는 지 궁금하다. 그런 눈으로 찍는 거면 꽤 재밌겠다”며 관심 보이는 장면이 기대감을 줬다.

‘열두밤’은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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