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이희준(왼쪽부터),이지원 감독,김시아,한지민이 27일 오후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 에서 영화 ‘미쓰백’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희준(왼쪽부터),이지원 감독,김시아,한지민이 27일 오후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 에서 영화 ‘미쓰백’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충격적이다. 보는 내내 분노가 치민다.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뒤끝도 찜찜하다. 아동 학대를 다룬 영화 ‘미쓰백’ 이야기다. 줄곧 청순 발랄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한지민이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 영화는 한지민의 변신과 더불어 아동학대의 실상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묵직한 울림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27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미쓰백’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과 이지원 감독이 참석했다.

‘미쓰백’은 성폭행의 위기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미쓰백'(한지민)이 자신과 닮은 처지의 아이 지은(김시아)을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다. 이 감독이 아동학대와 관련해 실제로 겪었던 일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이 감독은 “이 일(아동학대)이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 숙제이자 의무였다”고 밝혔다. 이어 “지은 역할을 맡은 김시아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 학대 받는 장면 등을 찍을 때마다 상담사 등이 현장에서 함께하도록 해 데미지가 오래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했다.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점에서 올 초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마더’를 떠올리게 했다. 이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 드라마 ‘마더’의 제작 소식을 들었다. ‘덮어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모티브로 삼았던 옆집 아이에 대한 기억, 시나리오를 쓸 때 찾았던 아동보호센터 직원들의 바람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만들었다”며 “드라마와 비슷하지 않도록 캐릭터를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다. 보통 아동학대를 다룬 작품들은 주인공이 법적으로 해결하려다가 실패하는 전개였다. ‘미쓰백’에서는 주인공이 아동학대를 한 부모를 직접 응징하거나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는 등 행동으로 옮긴다. 그런 부분에서 차별점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미쓰백’에서 백상아 역할을 맡아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배우 한지민./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미쓰백’에서 백상아 역할을 맡아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배우 한지민./ 조준원 기자 wizard333@
무엇보다 ‘청순’의 대명사 한지민이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한지민은 극 중 전과자 신분으로 ‘미쓰백’이라 불리는 백상아 역할을 맡았다. 거친 피부, 짧은 탈색 머리, 짙은 립스틱 등 강한 분장부터 검은색 가죽 재킷, 딱 붙는 스커트 등 포스 넘치는 의상으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또한 거침없는 말투와 담배를 피워 무는 모습 등 척박하게 살아온 백상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한지민은 “그간 맡았던 캐릭터와 비교했을 때 변신 혹은 도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영화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어딘가에 있지만 모르고 지나쳤을, 이 세상 모든 상아와 지은이를 안아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매체를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 마다 보기 힘들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가슴 아픈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통해 보게 된다면 다른 시각으로 느끼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상아는 어린 나이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전과자가 됐다. 세상과 문을 닫고 지금처럼 살기까지 영화에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 감독과 끊임없이 이야기했다”며 “상아는 어른이지만 지은과 다름 없는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상아의 심정을 이해하고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미쓰백’에서 지은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시아./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미쓰백’에서 지은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시아./ 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동학대’ 피해자 지은을 연기한 김시아는 600:1의 경쟁을 뚫고 주연 자리를 꿰찬 아역 배우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한지민에 대해 “지민 언니는 워낙 예쁘다”며 “지은이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감독님과 자주 이야기한 덕분에 잘 해냈다”고 말했다.

이희준은 백상아의 과거를 알고 있는 형사 장섭을 맡았다. 상아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분투한다. 그는 “처음엔 장섭이 왜 그렇게까지 백상아를 지키려고 하는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나라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 같다”며 “영화를 다 찍고 나니 장섭이라는 남자가 감독님의 이상형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에 권소현, 백수장, 장영남, 김선영 등 조연들의 활약이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특히 아동학대를 일삼는 부모 주미경과 김일곤을 연기한 권소현과 백수장은 보는 내내 분노가 치밀 만큼 리얼한 연기를 보여줬다. 한지민과 이희준은 “권소현, 백수장이 연기를 잘해줬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감독은 “또 다른 지은이 같은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을 것”이라며 “영화를 통해 한 명이라도 더 발견돼 손을 잡아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지민은 “지은이에게 상아가 한 줄기 빛처럼 보이겠지만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던 상아에게도 지은이는 희망이었다”며 “보기에는 가슴 아픈 영화다. 또 비슷한 종류의 영화나 드라마가 있지 않으냐고 하는데 이런 소재의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작품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연기했다.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있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희준도 “우리 옆집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손 내밀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영화다”라고 덧붙였다.

‘미쓰백’은 오는 10월 11일 개봉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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