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임성훈(왼쪽)과 박소현./사진제공=SBS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임성훈(왼쪽)과 박소현./사진제공=SBS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임성훈(왼쪽)과 박소현./사진제공=SBS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이하 ‘세상에 이런 일이’)가 오는 13일 1000회를 맞는다. 1998년 5월 6일 가정의 달을 맞아 시험 방송된 이후 20년 넘게 시청자들과 함께해왔다. 그 사이 ‘생활의 달인’ ‘VJ 특공대’ ‘실화 탐사대’ 등 유사 프로그램들이 자리를 잡았고 어떤 프로그램들은 사라졌다. 가장 최근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와 결은 다르지만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었던 ‘VJ특공대’가 913부를 끝으로 폐지됐다. 메인 MC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채 시청률 8~10% 안팎을 유지한 ‘세상에 이런 일이’가 특별한 화제 없이도 존재 자체로 방송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는 이유다.

11일 오후 서울시 목동 SBS 사옥의 ‘세상에 이런 일이’ 스튜디오에서 1000회를 기념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MC를 맡은 박소현과 임성훈은 한국기록원이 주는 ‘최장수 공동 진행자’ 감사패를 받고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박정훈 SBS 사장은 “원래 프로그램의 제목은 ‘세상에 이런 일이’가 아니라 ‘어떻게 이런 일이’였다. 그런데 내가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이름을 붙이자고 했다. 이 얘기를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1000회 때 이야기하려고 참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 사장은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신기한 일을 이야기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하다 보니까 세상의 따뜻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며 “우리 프로그램의 정신은 ‘휴머니즘’이다. 신기한 일들보다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기에 1000회까지 올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몇 회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신이 훼손되진 않았으면 좋겠다”며 임성훈과 박소현에 관한 감사를 표했다.

임성훈과 박소현은 “1000회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임성훈은 “‘1000회까지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당연히 아니다. 한 6개월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 방송 1회를 내보내려면 4개의 아이템 정도가 필요한데 소재가 고갈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런데 제작진의 열정으로 1회가 100회가 됐고, 500회가 됐다. 500회 때까지만 해도 ‘정말 대단하다’ ‘600회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우리들끼리 했다. 그런데 거기에 500회를 더 방송해서 1000회를 맞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기쁘고, 뿌듯하고, 벅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박소현/사진제공=SBS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박소현/사진제공=SBS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박소현/사진제공=SBS

박소현은 “꿈인 것 같다. 1998년에 시작할 때 지금 상황을 조금도 상상하지 않았다. 그냥 프로그램이 나에게 힐링이 되고 힘이 됐기때문에 학교 가는 것처럼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이런 일이’는 꽃다운 나이에 시작해 나를 철들게 한 프로그램”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MC들은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임성훈은 “박소현이 갈비뼈를 다친 적이 있었는데 압박붕대를 하고 나와서 방송을 했다. 당시 멘트를 많이 줄이기는 했지만, 잔기침을 하면서 정말 이를 악물고 하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우리가 기록에 연연하기보다는 그냥 책임감이었던 것 같다. 박소현 씨와 이윤아 아나운서 두 분 때문에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소현은 “(당시) 방송을 안 하면 내가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 말도 안되는 고집이었던 것 같다”면서도 “그때 호흡이 잘 안되서 멘트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임성훈 씨와 이윤아 씨가 배려를 해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할 수가 없었을 거다. 그냥 참은 게 아니라 배려를 해주셨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이윤아 아나운서/사진제공=SBS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이윤아 아나운서/사진제공=SBS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이윤아 아나운서/사진제공=SBS

이윤아 아나운서는 시청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제보자들 입장에서는 자기의 일상을 다 공개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걸 해주셨고, 제작진들이 그 이야기를 따뜻하게 봐주었기 때문에 1000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원래 들어올 때는 변기수 씨가 있었다. 하차하고 나서는 왠지 내가 웃겨야 할 것 같았다”며 “그래서 한의원에 가서 업(Up)되는 약이 없는지도 물어봤다. 약을 먹어서 부작용도 얻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1000회가 오면서 지치지는 않았을까. 이날 박소현은 “힘든 일이 있을 수 있어도 방송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매주 내가 얻어갈 수 있었던 게 있었다. 나보다 어른인 분도 있고 어린 분들도 있었지만 모두 내게 에너지와 함께 배울 점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이 아이돌만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는 그게 재밌니?’라고 물었는데 재밌다는 거다. 내 생각으로는 안 그럴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이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임성훈/사진제공=SBS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임성훈/사진제공=SBS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임성훈/사진제공=SBS

임성훈은 “(프로그램이) 제작진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시청자의 제보가 없으면 이뤄질 수가 없다. 제보로 이뤄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며 “제보가 오면 제작진들이 가서 방송에 적합한가 아닌가를 판단한다. 동물들이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제보가 와도 그걸 확인하는 건 제작진의 몫이고, 확인이 안되면 방송을 할 수 없다. 소득 없이 그냥 돌아온 적도 비일비재했다. 그 모든 걸 제작진들이 해줬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한 그는 “산에 사는 인물을 찾아가도 그 사람이 마음의 문을 안 열면 담당 PD와 작가들이 함께 동굴 속에 들어가서 그가 마음을 열 때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며 “친해져야만 이야기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 그걸 마음에 와 닿게 구성하는 건 작가의 몫이고, 우리는 20년 동안 전달만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가 1000회를 맞은 것은 기념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시즌제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짧은 스낵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는 시대에서 굳이 ‘장수’ 프로그램과 ‘MC들의 개근상’에 목을 맬 이유는 없을 것이다. 시즌제가 주는 휴식기를 통해 프로그램을 보완할 수 없다는 점도 약점이 될 수 있다.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임성훈(왼쪽부터), 박소현, 이윤아 아나운서/사진제공=SBS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임성훈(왼쪽부터), 박소현, 이윤아 아나운서/사진제공=SBS
SBS ‘세상에 이런일이’의 임성훈(왼쪽부터), 박소현, 이윤아 아나운서/사진제공=SBS

이에 대해 임성훈은 “세상에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방송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우리 같이 어떻게 보면 불필요할 수 있지만 인간의 본성을 지키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그때 세태에 맞는 새로운 아이템은 필요하겠지만 그 안에 깔려있는 ‘인간적인 이야기’ 만큼은 놓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것을 어떻게 세련하게 만드느냐는 우리가 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SBS에서도 유능한 분들이라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1998년 5월 21일 정규 방송으로 편성된 ‘세상에 이런 일이’는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표방해왔다. 에피소드로 다뤄진 ‘누렁이 구조작전’은 ‘동물 프로그램’이 아직 보편화되기 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1시간을 특집방송으로 편성했다. 2002년 방송된 ‘맨발의 기봉이’는 지적장애를 가진 기봉 씨의 사연을 다뤄 영화화되기도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오는 13일 오후 8시 55분 1000회를 방송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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