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tvN ‘이타카로 가는 길’의 밴드 국카스텐 하현우(왼쪽)와 YB의 윤도현. / 사진제공=tvN
tvN ‘이타카로 가는 길’의 밴드 국카스텐 하현우(왼쪽)와 YB의 윤도현. / 사진제공=tvN
밴드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는 가슴에 이타카를 새겼다.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콘스탄티노스 카바피가 쓴 시 ‘이타카’에 등장하는 이 구절을 하현우는 자신의 가슴에 문신으로 남겼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타카를 찾길 바랐다. 낯선 곳에 스스로를 던져 등을 떠미는 것이 정체된 삶을 다시 나아가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처음 방송된 tvN ‘이타카로 가는 길’에서다.

하현우는 ‘이타카로 가는 길’에 자신의 믿음을 담았다. 결과보다 과정의 가치가 더욱 값지다는 믿음이다. 연출은 MBC ‘복면가왕’으로 연을 맺었던 민철기 PD가 맡았다. 하현우는 이타카로의 여정을 함께 할 동료로 윤도현을 섭외했다. 자신의 결핍을 이해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두 사람은 터키에서 출발해 그리스의 이타카 섬으로 향한다. 여행 경비는 두 사람이 SNS에 올린 라이브 영상 조회수로 번다. 영상이 1만 번 재생되면 경비 1만 원을 받는 식이다.

두 사람이 터키에 도착한 날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였다. 터키 여행 첫 코스인 앙카라 성에서 윤도현은 YB의 1집 음반 수록곡인 ‘너를 보내고’를 불렀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으로 이뤄진 416 합창단이 MBC 다큐멘터리에서 불렀던 노래다. 윤도현은 접이식 건반에 추모의 의미를 담은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래를 시작했다. 하현우는 윤도현의 발밑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조용히 노래를 듣다가 이따금씩 화음을 넣기도 했다. 노래를 마친 윤도현은 “타지에서 부르니 더욱 절실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사진=’이타카로 가는 길’ 방송화면
/사진=’이타카로 가는 길’ 방송화면
두 번째 여행지는 소금호수였다. 하늘과 닿을 듯이 펼쳐진 호수를 보며 윤도현은 “현실감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좀이 쑤시는지 기타를 들고 호수로 들어가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즉석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부른 멜로디란다. 하현우는 조용필의 ‘꿈’을 선곡했다. 꿈을 찾아 도시로 떠난 1980~90년대 청년들을 보며 만들었다는 이 곡을 하현우는 언젠가 꼭 부르고 싶었단다.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는 노래 속 주인공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던 것일까.

낯선 곳을 여행하며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 JTBC ‘비긴어게인’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들 수 있겠다. 하지만 ‘비긴어게인’이 관객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다룬 데 비해 ‘이타카로 가는 길’은 관객을 배제하고 노래하는 사람의 생각과 기분에 집중한다. 즉흥적인 분위기와 감정은 노래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노래는 불리는 순간에만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래서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 터키의 아름다운 풍경은 정취를 더한다.

하현우와 윤도현의 팬은 물론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반갑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본조비, 콜드플레이 등 세대를 아우르는 록 음악이 배경에 흐르고 김수철이나 강산에, 김경호의 노래를 부르며 낄낄대는 하현우·윤도현의 모습은 담백하면서도 유쾌하다. 윤도현은 로커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있었느냐는 하현우의 질문에 “없지. 망하니까”라고 답했지만, 이들 두 사람은 ‘이타카로 가는 길’을 통해 록이 오랜 시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준다.

오는 22일 방송되는 2회부터는 밴드 FT아일랜드의 이홍기가 ‘홍보팀장’으로 합류한다. 가수 소유, 개그맨 김준현도 잠깐이나마 여정을 함께할 예정이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10분 방송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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