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10일 방영된 tvN ‘어바웃타임’ 방송화면 캡처.
지난 10일 방영된 tvN ‘어바웃타임’ 방송화면 캡처.
tvN 월화드라마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타임'(이하 ‘어바웃타임’)이 실망을 극복하지 못한 채 끝났다. 2000년대 초반에 멈춰버린 듯한 ‘어바웃타임’의 시간 속에서는 끝내 개연성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10일 방영된 ‘어바웃타임’의 최종회는 함께 마트에 갔다가 사라진 최미카엘라(이성경, 이하 최미카)를 이도하(이상윤)가 찾아나서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이도하는 자신을 피해 지방으로 내려간 최미카를 찾아냈다. 갑자기 자신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수명시계를 통해 보게 된 최미카도 이도하를 목격했다.

최미카는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는 중이었다. 이도하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그의 수명을 빼앗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지 말라고 소리쳤으나 이도하는 상관없다며 최미카에게로 다가왔다. 신호등은 곧 빨간불로 바뀌었고 이들은 차에 치였다. 기본 4차선은 되는 횡단보도 한복판에 그렇게 오래 서 있다간 차에 치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이후 “우리는 어떤 인연이었을까”라는 최미카의 내레이션과 함께 그와 이도하가 맺게 된 첫 인연으로 시간이 거슬러올라갔다. 어릴 적 최미카의 할머니를 실수로 차로 치어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 이도하의 아버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돼 만난 최미카가 이도하의 수명을 빼앗게 되는 사람이라는 설정은 로맨스의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권선징악을 보여주려는 건지 의아하게 만들었다.

의아함이 여기서 그쳤다면 그나마 좋을 뻔했다. 교통사고 이후 최미카와 이도하가 살아나고, 16회에 이르기까지 내내 둘을 괴롭혔던 최미카의 수명시계가 갑자기 사라지며 행복한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결말로 극은 끝이 났다. 드라마의 가장 큰 소재였던 최미카의 수명시계는 왜 최미카 본인이 볼 수 없게 됐는지, 설정상 죽어야 할 이도하는 왜 살아났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된 셈이다. 이도하는 “모든 걸 뛰어넘을 만큼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 때문인 것 같아”라는 말만 남겼다. 마치 온 우주를 끌어당길 만큼 기운이 절실하면 이뤄진다는 내용의 책 ‘시크릿’을 연상하게 되는 결말이다.

‘어바웃타임’이 2000년대 즈음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처럼 느껴졌던 또 다른 이유는 현재를 따라오지 못한 낡은 생각과 감성들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끝까지 멋진 여자로 남길 원했던 배수봉(임세미) 캐릭터를 활용하는 마지막 방법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배수봉은 이도하와 헤어진 후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 변호사를 만났다. 두 시간 동안 “네””괜찮습니다”라는 말밖에 못 하다가 배수봉이 자신을 ‘배스’라고 부르라고 하자 “배배스 씨”라고 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였다. 그는 자신이 배수봉에게 유일하게 없어보이는 ‘사랑, 행복을 채워주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6회 동안 보여준 배수봉의 성격대로라면 그는 애초에 그런 남성을 만날 시간조차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당당했던 배수봉이 못난 남성을 만나 황당해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바웃타임’의 후속으로는 ‘식샤를 합시다3: 비긴즈’가 오는 16일 오후 9시 30분부터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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