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무한도전’ 조세호(왼쪽부터),정준하,하하,박명수,양세형,유재석/ 사진=텐아시아 DB
‘무한도전’ 조세호(왼쪽부터),정준하,하하,박명수,양세형,유재석/ 사진=텐아시아 DB
‘국민 예능’이라 불린 MBC ‘무한도전’이 오는 31일 종영한다. 이제 2주 남았다.

MBC는 지난 13일 “‘무한도전’이 시즌을 마감하고 휴식기를 갖기로 결정했다”며 “김태호 PD는 당분간 준비할 시간을 갖고 ‘무한도전’ 새 시즌 또는 새 기획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휴식기’라는 말로 시즌2에 대한 여지는 남겼지만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조세호 등 기존 멤버 전원이 합류해 ‘무한도전’이 계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MBC는 ‘휴식기’라고 말해놓고 ‘새 시즌’ 또는 ‘새 기획’이라는 모호한 말로 ‘무한도전’ 팬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은 돌아올 것”이라고 안심시켰으나, 시청자들은 기약 없는 이별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하나가 폐지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편성되는 일은 비일비재 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시즌제’ 형식의 예능이 여럿 제작되고 있는 상황이라 ‘무한도전’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당장 ‘무한도전’ 종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MBC ‘무한도전’/ 사진제공=MBC
MBC ‘무한도전’/ 사진제공=MBC
‘무한도전’은 2005년 MBC 예능 ‘강력추천 토요일’에서 ‘무모한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방송 됐다. ‘황소 vs 인간 줄다리기’, ‘전철 vs 인간 100M 달리기’, ‘유람선 vs 인간 오리배’ 등 제목 그대로 무모한 도전을 통해 웃음을 안겼다.

일차원적인 콘셉트였지만 몸을 내던지는 것이 대세였던 당시 예능 트렌트에는 부합했다. 여기에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유재석과 기존에 볼 수 없던 캐릭터 노홍철, ‘개그콘서트’를 통해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정형돈이 초창기 멤버로 활약하며 재미를 더했다. 배우 차승원, 테니스의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 등이 게스트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권석 PD 대신 김태호 PD가 연출을 맡기 시작했고 ‘강력추천 토요일-무리한 도전’ ‘강력추천 토요일-무한도전:퀴즈의 달인’ 등 제목과 콘셉트를 변경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2006년 5월 ‘강력추천 토요일’에서 독립하면서 지금의 ‘무한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 첫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타이틀로 스튜디오를 벗어난 야외에서의 촬영이 주를 이뤘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등 고정멤버가 완성됐다.

멤버 각각의 캐릭터가 완성되고 호흡이 척척 맞기 시작하면서 김태호 PD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의 폭이 넓어졌다. 점점 더 기발하고 과감한 특집이 이어지면서 시청률도 덩달아 상승했다. ‘무한도전’ 특유의 자막센스도 한몫했다.

예능이라해서 단순히 ‘웃음’에만 목적을 두지 않았다. ‘대체 에너지 특집’ ‘지구 특공대 특집’ ‘나비효과 특집’ ‘박명수의 기습공격’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접근했다. 특히 ‘에어로빅 특집’ ‘봅슬레이 특집’ ‘레슬링 특집’ ‘조정 특집’ 등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진정한 도전의 묘미를 보여주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겼다.

흥미진진한 ‘추격전’, 현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콩트로 녹인 ‘무한상사’, 2년마다 열린 ‘무한도전 가요제’ 등 ‘무한도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집은 본방, 재방 할 것 없이 인기를 끌며 지금의 ‘무도 덕후’를 탄생시켰다.

MBC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 사진제공=MBC
MBC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 사진제공=MBC
13년 가까이 방송된 ‘무한도전’은 워낙 화제가 된 특집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여타 예능에서는 해내지 못한 ‘업적’ 또한 너무나 많다. 얼마전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봅슬레이 대표 선수들은 실제로 “‘무한도전’을 보고 입문했다”고 말했다. 1세대 최고 아이돌 그룹 H.O.T는 무도를 통해 17년 만에 한 무대에 섰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무한도전’은 그만큼 오랜시간 주말 황금시간대 자리를 지키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전성기도 있었고, 슬럼프도 있었다. ‘위기설’은 끊임없이 반복됐다.

정형돈, 노홍철, 길 등 오랜시간 함께했던 원조 멤버들이 줄줄히 하차했을 때 위기는 극에 달했다. 황광희, 양세형, 조세호 등 젊은피를 수혈하며 재정비를 했지만 현재보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기존 멤버들의 부재로 인한 팀워크 상실, 멤버들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초래된 기동력 저하와 이로 인한 소재 고갈, 피로 누적 등 악조건이 늘어났다. 결국 ‘무한도전’은 종영을 확정했다.
무한도전-로고
무한도전-로고
‘무한도전’이 없는 토요일 오후가 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청자가 꽤 많다.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무한도전’은 팬들에게 ‘추억’이 됐다.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원년 멤버였던 노홍철은 지난 15일 서울 ‘씨네큐브’에서 열린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김태호 PD와 멤버들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며 “김 PD 개인이 지고 있는 짐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잠정적’이라는 말을 썼지만 그 시간이 김 PD나 멤버들에게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PD의 말대로 ‘무한도전’이 돌아올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돌아올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지금 당장은 이별을 준비할 때다. 그동안 웃음과 감동을 위해 애쓴 그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참으로 고생 많았다.”

MBC가 봄 개편에 맞춰 준비 중인 후속 프로그램이 ‘무한도전’ 팬들의 상실감을 채워줄 만큼 탄탄하기를 기대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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